[대전일보] 입의 경영철학
2004.11.13 13:05
2004. 11. 4
오정호목사
입의 경영철학
입은 몸에 붙어있는 작은 기관이지만 인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국무총리의 야당을 우습게 대접한 발언으로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말도 많고 그에 따라 탈도 많은 세상임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자고로 세상이 편하려면 입을 다스려야 하는 원리를 누가 무시할 수 있을까?
술김에 뱉어낸 말이 오랜 우정에 금이 가게 했다는지, 생각 없이 던진 한마디 때문에 멀쩡하던 부부관계에 시베리아의 찬바람이 불어왔다든지, 상대를 얕잡아보고 뱉어낸 말이 씨가 되어 거의 성사 될 뻔한 계약이 깨어졌다든지, 개인사나 가정사 나아가서 국정에까지 입의 파장은 절대적이다.
지혜의 왕 솔로몬은 일찍이 말의 영향력을 직시하고 입을 지혜롭게 경영할 것을 주문하였다. 경계하는 말이란 뜻의 잠언(箴言/Proverbs)은 솔로몬의 입의 경영철학의 보고이다. 솔로몬은 통찰력을 가지고 지혜로운자와 어리석은자를 구분하는 시금석으로 입의 경영을 논하였다는 의미이다. 인생경영은 입의 경영과 맞닿아 있다는 교훈이다.
솔로몬이 제시하는 입의 경영철학의 원리는 무엇인가?
첫째, 사람을 살리는 말을 사용하라
입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혹은 칼로 찌름같이 함부로 말하거니와 지혜로운 자의 혀는 양약 같으니라"(잠언 12:18) 말은 총알없는 총이나 다름없다. 말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총알에 맞아 상처 입은 사람보다, 말에 맞아 상처 입은 사람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또한 말 때문에 낙심한 사람이 벌떡 일어날 수 있으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정직한 자의 입은 사람을 구원하느니라"(12:6)
"유순한 대답은 분노를 쉬게 하여도, 과격한 말은 노를 격동하느니라"(15:1)
"선한 말은 꿀송이 같아서 마음에 달고 뼈에 양약이 되느니라"(16:24) 꿀 같은 말이 마음에 박히면 그 사람의 자긍심은 회복되고 희망의 태양은 떠오르며, 발걸음은 용기를 머금고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기운을 살리는 말을 접했기 때문이다.
둘째, 때에 맞은 말을 사용하라.
경우에 합당한 말은 사람의 영혼에 등불을 켜게 한다.
"사람은 그 입의 대답으로 말미암아 기쁨은 얻나니 때에 맞은 말이 얼마나 아름다운고"(15:23)
"적당한 말로 대답함은 입맞춤과 같으니라"(24:26)
말의 타이밍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야구 방망이를 힘있게 휘두른다고 다 홈런을 칠 수 없다.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 타이밍은 말을 하는 이들에게 생명이다.
셋째, 진실한 말을 하라
"진실한 입술은 영원히 보존되거니와 거짓 혀는 눈 깜짝할 동안만 있을 뿐이니라"(12:19)
거짓의 사람은 거짓을 쏟아 놓을 수 밖에 없고, 참사람은 진실을 쏟아 놓는다.
어떠한 사회가 좋은 사회인가? 말을 믿어주는 사회이다. 사람의 말을 믿지 못하는 사회는 이미 정신이 오염된 사회이다. 인간세계의 유유상종은 말의 유유상종으로부터 시작된다. 고상한 사람은 고상한 말을 할 것이고, 깡패들은 살벌한 말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말은 사람이며, 인격이다. 아무리 좋은 대학 나오고 석박사 학위를 여러개 가지고 있다해도 말이 거듭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인간의 투명성은 말의 투명성으로 알 수 있다.
"한결같지 않은 저울추와 말은 다 여호와께서 미워하시느니라"(20:10)
"속이는 말로 재물을 모으는 것은 죽음을 구하는 것이다. 곧 불려 다니는 안개니라"(21:6)
말이 화려할수록 그 말을 하는 사람에 대하여 의심이 가는 이유는 겉꾸밈은 자신에게 숨기고 싶은 부분이 많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지혜의 왕 솔로몬은 그 지혜의 적용을 입의 경영에서 찾았다. "입과 혀를 지키는 자는 그 영혼을 환난에서 보전하느니라"(21:23)
경기가 심상치 않다.
거기에다 행정수도 위헌판결의 후폭풍까지 몰아치고 있다. 몸도 마음도 분위기도 가라앉기 좋을만한 때를 만났다. 어디 그것뿐인가? 복잡한 민생문제를 앞장서서 숙고하고, 해결해야 할 국회가 개점휴업상태이다.
청와대와 총리는 한(恨)의 정치, 화(火)의 정치, 편당(偏黨)의 정치에 종지부를 찍고, 화합과 상생과 희망정치를 펼쳐나가야 하리라. 진정 국민을 존중함에 여야가 어디 구분이 있겠는가?
민심을 얻는 고도의 정치는 입의 지혜로운 경영 실천으로부터 시작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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