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마음으로 새해를
2010.01.01 14:23
어머니의 마음으로 새해를
‘대한민국 모든 어머님들이 그러셨듯이 저희 어머님께서도 안 쓰시고 아끼시며 모으신 돈이랍니다. 어머니의 유지를 받들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여 졌으면 합니다.’ 지난해에도 어김없이 전북 전주시 노송동 주민 센터에 성금을 놓고 간 ‘얼굴 없는 기부천사’의 사연은 듣는 이로 하여금 가슴 따뜻한 감동을 선물한다. 그 익명의 기부천사가 남겨놓은 쪽지의 사연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미 하늘나라에 가신 어머니의 이웃사랑 DNA가 얼굴 없는 천사에게도 유전되었는가 보다.
어머니의 품은 모든 이들의 마음의 고향이다. 어머니의 마음은 누구에게나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이 넉넉하다. 세상의 어느 누구도 어머니 없이 존재함은 불가능하다. 우리 한 세대전까지 어머니들은 고난의 대명사였다. 고생의 문을 통과하지 않은 어머니를 과연 어머니라고 부를 수 있을까?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온 가족의 생존의 끈을 붙잡고 악착같이 인동초처럼 살아온 세월 속에서 어머니의 모습은 떠올려진다. 어머니의 이름 속에는 인고의 세월이 스며들어 있다. 어머니의 그림자 속에는 삶의 애잔함이 녹아 있다. 자신에 대해서는 엄격하던 우리의 어머니들은 자식들에 대해서는 한계 없는 인내와 자애로움으로 대해 주셨다. 그러한 어머니의 품속에서 자녀들은 젖을 먹고 자라났다. 아니 내일에 대한 희망을 먹으면서 몸과 마음이 자라났다.
우리 어머니들의 발걸음소리는 크지 않으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내는 힘이 있다. 어머니의 기도소리는 탕자의 인생을 뒤집어서 거룩한 삶을 살도록 하는 능력이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들은 어머니의 기도소리는 자녀들의 영혼의 보약이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만약 어머니의 기도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 날이 온다면 그 날이 이 세상의 최후의 날이 될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여성들의 위상과 힘은 전 세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지고 강해졌지만, 자녀들의 영혼을 녹여내는 어머니의 애끓는 기도소리와 소원이 희미해져가는 현실이 불안하기 그지없다. 제아무리 IT가 발전해도 그것들이 어머니의 눈물 한 방울의 무게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리라.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면 의기소침해진 마음속에 담대함이 깃든다. 용기가 발아한다. 대한의 아들들이 군입대하여 유격훈련을 받을 때 땀투성이가 된 겨레의 아들들은 어머니 이름 석 자를 목 놓아 부른다. 온 산이 울리도록 어머니의 이름을 외치면 아들들의 온 몸의 세포가 일시적으로 용기로 채워진다. 어머니라는 이름은 고난을 극복하게 하는 패스워드이다. 우리에게는 어머니 정신이 필요하다.
약 20년전 필자가 유학중일 때 난생처음 진도 6.6의 지진을 체험하였다. 지금도 악명 높은 캘리포니아 노쓰리지 지진이었다. 전날 밤늦게까지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하고 돌아와 눈꺼풀이 한창 무거울 때 경험한 지진은 마치 커다란 거인이 두 손으로 침대를 흔들어대는 느낌이었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태평양을 건너온 내가 이 같은 지진의 기습에 어찌 정신을 차릴 수 있었겠는가? 내 몸 하나 가누기도 힘겨운 시간이었다. 그런데 옆에서 곤하게 잠을 자던 아내의 태도는 달랐다. 일순간 동요하는듯 하더니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방을 뛰쳐나갔다. 정신을 가누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남편을 뒤로 한 채 홀연히 사라졌다. 잠시 시간이 흐른 후에 형편을 살펴보니 해답이 나왔다. 아내는 지진이 덮칠 때 스스로 몸을 추스르기도 힘들었지만, 그 순간 모성본능이 발동하여 옆방에서 자고 있던 아이들 방으로 달려가 두 아이를 마치 어미닭이 두 날개로 병아리를 품듯 두 아이를 감싸고 있었다. 그 날 이후로 필자는 아내를 새롭게 보게 되었다. 단지 연약한 여성의 관점으로 보아온 시각을 바꾸어 비로소 어머니의 관점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역시 대한의 어머니는 강하였다.
새해를 어머니의 마음으로 맞이하면 기대넘치도록 보상받으리라 확신한다. 창조주께서는 삭막한 인간 세계에 사랑을 공급하기 위하여 어머니를 선물해 주셨음을 믿고 싶다.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오염되지 않도록 어머니라는 방부제를 마련해 주셨다. 새해를 어머니의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또한 어머니의 기쁨이 되고 싶다. 우리나라에 천사표 국민들이 점점 늘어나기를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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