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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작성일 2022-04-19 
원본링크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cp=nv 
언론사 국민일보 
기자  

“모든 성도의 목자 되자” 귀 열고 경청하며 분열 상처 어루만져

| 오정호 목사의 진국 목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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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호 대전 새로남교회 목사가 부임한 지 만 1년이 되던 1995년 10월 28일 위임예배에서 답사를 하고 있다.

 

1994년 11월 6일, 나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확신하고 새로남교회 부임을 확정했다. ‘내가 담임목사로 교회에 부임한 순간, 나에게는 주일에 움직일 수 있는 자유가 사라질 것이다.’ 부임하기 일주일 전 주일, 대전을 방문했다. 주님께서 나를 대전으로 인도하셨다면 부임에 앞서 교단을 초월해 대전의 선배 목사님들께 인사드리고 대전 지역 교회 형편을 살펴봐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장로님께서 내 뜻을 흡족히 여기시며 협조해 주셨다. 대전 거점 교회들의 새벽 예배부터 낮 예배, 저녁 예배까지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였다. 목사님들에게 이렇게 인사했다. “저는 오정호 목사입니다. 금번 새로남교회에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정중하게 인사드립니다. 잘 인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를 맞는 목사님들은 안타까운 눈빛을 보내면서도 무척 반가워하셨다.

주님이 나를 대전으로 인도하셨다면 지역 목사님들과 함께 울고 함께 웃겠다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내가 목회자의 가정에서 자라면서 몸에 밴 것이 이런 이웃과의 화목이다. 나는 지금도 우리 교회 부교역자로 있다가 다른 지역 담임목사로 부임하는 이들에게 당부한다. “어디로 가든지 먼저 지역 어른들을 찾아뵙고 동료들 간에 신의를 지켜야 하네. 목회는 관계라네. 노회 어른이나 지역의 원로들께 정중하게 인사를 드리게.”

인간관계가 가장 어려운 곳 중 하나가 목회자의 세계이기도 하다. 나는 화목하는 마음으로 부임 전 인사를 했고 이런 내 태도는 이후 대전 지역 초교파 목회자 모임에 참여하는 것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모임을 통해 나는 7개 교단의 목회자들과 교류하며 빠른 시간 안에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드디어 부임하는 주일. 그동안 목자 없는 서러움 때문인지 교우들은 나를 퍽 반겨주었다. 그러나 어떤 교우들로부터는 뒤에서 빙빙 도는 느낌을 받았다. 이들은 교회 갈등의 핵심 당사자인 경우가 많았다. 나는 모든 성도의 목자가 되기로 다짐했고 그들도 따듯하게 대했다. 교사의 편애가 학생들에게 치명상을 입히듯, 목사의 편협한 목회 스타일은 많은 교우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때로는 견딜 수 없는 순간도 있었다. 부임 이후 내가 목격한 제직회에서 나는 크게 낙심했다. 대수롭지 않은 문제를 가지고 서로 밀고 당기는 모습을 보고 언성을 높여 상대를 제압하려고 했다. 마음속으로 ‘이게 아닌데…’를 연발했다. 나는 안다. 기도를 오래 하는 교회일수록 회의가 짧고, 회의를 길게 하는 교회일수록 기도가 짧다.

목회자 부재로 상처 입은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작심하고 직분자들의 가정을 일일이 방문했다. 이를 통해 성도들이 토하는 울분에 찬 사연을 들었다. 나는 마음의 귀를 최대한 열고 많이 들어주고 싶었다. 성도들의 마음이 조금씩 녹는 것 같았다. 경청이 사역의 뼈대라는 것을 실감했다. 대부분의 불통은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지 않는 데서 오는 결과다.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면 과거의 상처를 어루만져야 한다.

나는 설교자로서 다짐했다. “강단에서 양떼를 치는 설교를 하지 아니하리라.” 목회자의 설교는 개인적 감정과 분노를 배출하는 통로가 돼선 안 된다. 여성 교우들은 아내가 담당했다. 사모가 교회에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성도들의 마음이 열리기도 하고 닫히기도 한다. 물론 교회의 묵은 갈등이 새로 부임한 나에게로 향하는 순간도 있었다. 교회 문제의 진원지는 대부분 목회자와 중직자에 있다. 다행히 은혜로우신 주님이 우리에게 지혜를 주셔서 부임지에서 첫 단추를 잘 채울 수 있도록 하셨다.

농부가 가을의 풍성한 추수를 위해 봄에 밭을 갈아 흙을 부드럽게 하듯, 나는 마음속으로 계획했던 제자훈련을 하기 위한 토양 만들기에 돌입했다. 전통적인 교회는 변화를 거부하는 특징이 있다. 나는 새로운 것에 대한 경계심을 내려놓게 하려고 기도하면서 교우들을 진심으로 설득했다. 하나님의 은혜로 만 1년 되는 때인 95년 10월 28일, 위임예배를 드리게 됐다. 공동의회에서 99%의 지지를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 부임해 경험도 부족한 담임목사를 신뢰해준 교우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위임예배는 옥한흠 목사님이 설교하셨고 이전에 사랑의교회에서 동역했던 교역자들이 많이 와서 축하해 주었다. 신학대학원 동기 목사님들이 축복하는 가운데 목회의 새로운 장을 펼치게 되었다. 부임한 주일부터 매주 새로운 가족들이 교회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조금씩 시간이 흐르면서 교회는 갈등이 사라지고 회복되고 있다는 소문이 주위에 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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