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믿음으로! - 민기정 사모(동은교회)
2015.01.21 14:24
믿음으로!
「하나님, 당신께 실망했습니다」(필립 얀시)를 읽고
저녁 찬거리를 사려고 마트에 들렀을 때 카톡이 왔습니다. “혹 내가 아는 ○○교회 민기정? 나 최○○야. 맞으면 연락 줘!” 내가 자란 교회 고등부 때 함께 했던 친구였습니다. “어떻게 지내? 야~진짜 반갑다. 사역하고 있지? 넌 기도하는 딸이었으니… 여전히 용사처럼 살고 있겠구나!” 나는 가슴이 답답했고 말문이 막혔습니다. 사모로서 사역을 하고 있었지만 용사처럼 살고 있지는 못했으니까요.
목회사역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오래된 교회이고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아 변화를 싫어하고 편안한 신앙생활을 원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말씀과 기도로, 성경공부로, 심방으로 가르치고 권면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변화도 없었습니다. 세 자녀를 돌보며 집안일에 심방에 교회 일까지… 남편은 남편대로 힘들었겠지만 나 또한 너무 바쁘고 힘들었습니다. 밤늦게까지 계속되는 심방으로 아이들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고 어린 아들은 누나들이 재울 때가 많았습니다. 결국 남편은 과로로 병이 났고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한 막내는 한 달 새 두 번이나 입원해야 했습니다. 아이 병간호를 하던 나도 열이 열흘이나 계속되어 검사를 받고 한 달 넘게 약을 먹어야 했습니다.
나는 몸도 마음도 지쳐 버렸습니다. 모두 하기 싫어졌습니다. 열심히 해도 좋은 결과는 나타나지 않고 자꾸 문제들이 생기고 좋지 않은 얘기들만 들리니 모든 걸 내려놓고 싶어졌습니다. 힘을 다해 하나님의 일을 한다면 하나님께서 열매를 맺게 하시고 사람들의 변화를 보며 보람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너무나 달랐습니다. 나의 기도는 넋두리로 바뀌어 가고 있었습니다. 점점 기도할 힘도 잃어갔습니다. 그때 남편과 함께 들렀던 기독교 서점에서 나는 한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하나님, 당신께 실망했습니다」 책 제목에 웃음이 ‘픽’하고 나왔습니다. ‘이런 책도 있었네. 하나님께 실망한 사람들의 이야기인가? 대체 무슨 내용일까? 저자는 이 책을 왜 썼을까?’ 궁금했습니다. 혹시 지금 내 상태를 정리해 주고 마음을 바꾸어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사가지고 나왔습니다.
세 가지 질문
실제 경험하는 일이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될 때 우리는 실망합니다. 어려움과 고통 가운데 있을 때 우리는 하나님의 도움을 구하고 그 간구가 응답되기를 기대하지만 그 기대가 채워지지 않았을 때 실망하여 낙심합니다. 이럴 때 우리는 하나님께 세 가지 질문을 합니다. ‘첫 번째로 하나님께서는 공평하신가? 두 번째, 하나님께서는 침묵하시는가? 세 번째, 하나님께서는 숨어계시는가?’
하나님을 만나고 싶고 하나님의 분명한 응답을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이 질문들은 항상 따라다닙니다. 하나님이 정말 나를 생각하고 계시는가? 나와 함께 계시는가? 하는 의문들이 생기면서 삶은 더욱 힘들게 느껴지고 신앙생활과 관련된 모든 것에 의욕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민족들은 하나님의 분명한 임재를 경험하며 매일같이 기적을 경험했지만 그들의 신앙은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끊임없이 하나님의 기적을 구하고 그에 대해 뚜렷하고 분명한 응답을 받았지만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되었기 때문에 믿음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들은 어린아이와 같은 신앙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하나님의 분명한 뜻이나 응답이 그들에게 최선은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
하나님은 아브라함과 요셉이나 욥이라는 인물을 통해 자신의 뜻을 어떻게 펼치시는지 설명합니다. 아브라함은 새로운 민족의 아버지가 되리라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오랜 침묵으로 그는 하나님에 대해 실망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원하신 것은 믿음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침묵을 통해 더 이상 믿을 수 없을 때 믿어야 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요셉은 오랜 고난의 시간을 통해 하나님을 믿으면 고난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고난 가운데서도 구원하신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욥의 고난은 믿음이 가장 비합리적으로 보일 때 믿음이 가장 필요하다는 사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침묵하시는 하나님께 아브라함과 요셉과 욥은 믿음을 가지고 기다렸습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 바로 이런 믿음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어떻게 우리와 함께 하시는가?
하나님께서 어떻게 지금 우리와 함께 계십니까? 그분은 두려운 존재로 우리의 위에 계셨으나 성육신 사건을 통해 우리와 함께 하셨고, 지금은 성령으로 우리 안에 계십니다. 우리 자신 각자 각자가 하나님의 형상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하나님이 거하시는 성전이 된 것입니다. 우리를 통해 하나님의 모습이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완전한 하나님이 이제는 불완전한 인간 안에 거하십니다. 성령님은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모든 실망을 제거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지만 성령으로 말미암아 이 실망은 일시적인 것임을 깨닫게 해주며 영원히 누리게 될 새로운 현실에 대해 이야기해 줍니다.
과거를 기억하든지 미래를 보라
하나님에 대해 실망한 사람들은 현재에만 매여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성경은 두 가지 치유책을 제시합니다. ‘과거를 기억하든지 아니면 미래를 보라’ 성경에서 하나님이 행하셨던 놀라우신 일들을 기억하라고 말합니다.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나님이며 우리를 사랑하여 아들을 보내시고 장사한 지 사흘 만에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사실을 말입니다. 너무 근시안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만 생각하다 보면 우리는 하나님께서 이미 우리를 위해 해놓으신 일의 중요성을 잊기 쉽습니다.
또한 성경은 미래를 바라보라고 이야기합니다. 선지자들은 역사가 과거나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의해 결정된다고 선포했습니다. 하나님은 공평하시지만 이 세상은 공평하지 못합니다. 그러기에 나의 믿음을 이 세상에 고정시키고 산다면 그 믿음이 나를 항상 실망시킬 것입니다. 이 세상에 몸담고 살 동안은 불공평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시간의 지배 속에 있는 인간의 관점으로는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 불공평하게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시간의 끝이 왔을 때에, 즉 온 우주가 회복된 뒤에 완전한 공평함이 이루어지게 된다고 말씀합니다.
그래서 믿음이 필요한 것입니다.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우리 인간들에게는 없기 때문에 미래에 이루어질 사실을 미리 믿는 믿음이 필요한 것입니다. 하나님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님을 믿고 신뢰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소망의 시간
하나님에 대해 전혀 실망하지 않는 사람은 분명 무신론자일 겁니다. 무신론자는 하나님께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실망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 자신의 삶을 바친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뭔가를 기대하게 됩니다. 나도 그랬습니다. 열심히 사역에 임하고 열심히 기도하고 부지런하게 산다면, 어려운 일도 해결해 주시고 힘든 일도 비켜갈 수 있도록 해주시리라는 소망 때문에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마도 나는 힘든 과정이 끝나는 시기를 마음속으로 정해놓고 있었나 봅니다. 아니면 이 정도 시간이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있었나 봅니다. 그러나 끝나지 않는 어려움과 시험들이 나로 하여금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 한가운데 있는 것 같은 무기력감을 들게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나에게 작은 소망처럼 다가왔습니다. 나를 무기력하게 만든 하나님에 대한 실망이라는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나는 잊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이 계심은 부정하지 않으면서 그분의 능력을 내 능력 안으로 제한해 버렸습니다. 내 마음대로 인간의 굴레 속에 하나님을 꽁꽁 묶어버렸습니다. 믿음이라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상황일 때 믿는 것이 진정한 믿음이라는 걸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그걸 깨닫게 된 순간 ‘믿음으로…’라는 말이 내게 크게 다가왔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믿고 있었던 것인가? 흔하게 만사형통의 복을 주시는 하나님을 믿고 있었던 걸까? 나는 하나님을 복권 같은 존재로 생각한 것은 아닐까?’ 마음의 평안과 나의 뜻대로 모든 일을 해결해 주는 복권 말입니다.
이제 믿음으로 사는 것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하나님께 실망할 이유가 있었던 사람들, 곧 하나님의 오랜 침묵에 믿음으로 기다렸던 아브라함과 오랜 시간 고난과 고통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찾으려고 애썼을 요셉,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당해야 했던 고난을 믿음으로 고민했던 욥을 생각하며 미래를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 하시려는 일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려 합니다.
하나님에 대한 실망이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하나님이 나를 잊어버린 것 같다는 느낌은 지울 수 있었습니다. 내 안에 소망이 다시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믿음으로 나를 다시 무장하는 법을 배웠고, 믿음으로 인내하며 오래 기다려야 함도 배웠습니다. 어떤 대가에도 하나님을 신뢰할 수 있는 믿음입니다. 그래서 부정적인 마음과 부정적인 생각들을 떨쳐버리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오늘도 내일도 나는 실망과 은혜 사이를 또 왔다 갔다 할지도 모르지만 믿음으로 이겨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하고 계심을 알고 있으니까요.
글/민기정 사모
남편 이상권 목사와 동은교회를 섬기고 있으며 세 자녀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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