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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과 속이 같아야 하는 관계 속 온유

    

                                                                                               전영혜 사모(대광교회)

 

별명이 온유 집사님인데

S집사는 옷매무새와 봉사하는 솜씨가 좋다. 상냥한 성격으로 주위를 즐겁게 하기도 한다. 더욱이 성격이 강한 남편의 주장을 잘 참고 조절하는 모습이 남의 눈에도 좋게 보여 온유집사님이라는 별명까지 듣고 있다. 그런데 S집사님을 가까이 대하다 보면 다른 사람 뒷얘기를 많이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남의 얘기를 하는 듯, 그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한 말을 잘 끄집어내곤 한다. 한번은 S집사와 그런 얘기를 나눈 사람이 화제의 중심이 되었던 사람과 거리감이 생겨 어색해하는데 S집사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온유한 얼굴로 대화를 하더라는 것이다. 고민을 하다가 나중에 이런 면이 불편하다는 말을 꺼내자 내가 말할 때 동조하지 않았느냐고 되묻더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상담전문가는 “S집사의 경우 온화한 얼굴로 남편의 강한 성격을 참아내며 자녀에게도 전적으로 헌신하고 있다 보니 마음속에 쌓인 피로가 자신도 모르게 남을 흠잡거나 이중적인 모습으로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집 아이를 칭찬하는 엄마

조용한 말소리와 웃는 얼굴의 K양 엄마가 있다. 모두들 온유한 분이라 여기는 품위 있는 분이다. 그런데 딸 K는 그렇게 평가받는 엄마가 못마땅하다고 했다. 집에서의 엄마는 말도 거칠고 목소리도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남의 집에 다녀오는 날이면 그 집 애들 칭찬에 귀를 막고 싶은 심정이라는 것. 남을 만나고 와서 흉을 보는 게 아니고 칭찬을 하니 좋은 일인 것 같은데 왜 듣기가 거북한 걸까. 듣다 보면 그 집 애들처럼 잘하라는 말인데 지나치게 미화된 점이 많아서라는 것이다. 딸은 어릴 때 엄마가 나갔다 올 시간이 되면 주변을 정돈하기도 하고 세수도 하며 안절부절못하던 생각이 난다고 했다.

딸은 어른이 되어서야 남을 칭찬했던 엄마의 말은 자녀를 자극해 원하는 모습으로 이끌려는 수동공격의 모습이었음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누구네 아이들보다 더 잘하길 바라는 엄마의 욕심이 남의 아이들을 필요 이상 칭찬하며 간접적으로 가족을 몰아세우는 양상으로 나타난 것이었음을.

 

너무 조용한 사모 이야기

목회에 늘 머리와 마음 쓸 일이 많아 힘겨운 Y사모님 얘기다. 40대에 첫 목회를 시작한 남편을 도와 Y사모는 친절하고 자상하게 교인을 돌보며 온유한 분이라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집에 오면 아이들이 하는 얘기를 건성으로 듣거나 대답을 놓치곤 한다. 아이들은 고단한 엄마를 알기에 되묻거나 항의하지 않고 물러서 있었다.

어릴 적 여러 형제 가운데 끼어서 내 의견이 무시되는 분위기가 싫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자신도 그러고 있음을 보고 놀랐다는 것이다. Y사모님은 아이들에게 나 같은 심정을 주고 싶지 않아 남매만 낳아 키우는데도 비슷한 이런 상황을 만들고 있음을 깨닫자 서글픔이 올라오더라고 말했다. 그날 이후, 밖에서처럼 아이들에게도 친절하게 듣고 답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늦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온유란 무엇일까

온유의 사전적 정의는 부드러운, 온화한, 정중한, 의식적으로 친절을 베풂, 과격하지 않은 평온함, 고상하고 우아함 등이다. 온유가 일차적으로 언어 사용이나 매너에서 나타나는 부드러움, 친절, 온화함이라면 성경에서 말하는 복 있는 사람으로서 온유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 마음도 평온하게 정돈되어야 할 것이다. , 인격적인 온유다.

갈라디아서 5장에 나오는 온유는 성령의 열매다. 그 열매는 성령의 힘으로 저절로 열려 그대로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해 26절에 헛된 영광을 구하여 서로 격동하고 투기하지 말라고 말씀하는 것을 보면 온유한 모습(열매)과 성품 사이에는 노력해야 할 것이 있음을 알게 된다. 즉 헛된 영광, 세속적인 것을 추구하는 데서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예를 든 세 사람의 경우, 첫 번째는 온유한 외양을 갖춘 사람이 남의 말을 의식 없이 하는 것, 두 번째는 고상한 자태를 입고 자식들을 수동 공격하는 것, 세 번째는 이런 사람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토양이 이어지는 것을 각각 말하고 있다. 그러면 이렇게 진정한 온유를 방해하는 삶의 양상이 어디서 오는 걸까.

 

이중적인 온유를 만드는 토양

우선 부드럽고 온화한 모습을 지닌 사람은 온유에 가깝다. 순종적이고 검소하며 순수한 이들은 이미 주변에서 인정을 받고 있어 자기 몫보다 더 많이 일하고 완벽하게 보이려고 애쓴다. 그러다 보니 그 속에서 불평이나 욕망이 생길 때 적절히 드러내지 못해 마음에 짐으로 남게 된다.

이런 시스템은 부모로부터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뚜렷이 의식하지 못하고 생활양식을 습득하기 때문이다. 아이 말에 적절한 대답을 해주지 않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어리다는 이유로 항변할 수 없었던 아이들은 겉으로 온화하게 길이 든 조용한 모습으로 성장하나 스트레스를 자신에게 이입시켜 두통, 소화 불량을 겪는 신체화 증상을 갖게 되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약한 사람에게 속풀이 하는 유형으로 만들어져 갈 수 있다.

 

거절하기가 어려워요

또한 온화한 모습으로 사는 대부분의 사람은 거절하거나 의사 표시를 명확히 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교회 안에 이런 분들이 많은데 이들은 웬만한 일에 괜찮다고 하며 착한 얼굴로 넘치는 짐을 지는 분들이다. 아마도 사모님들이 이러한 유형의 대표격이 될 것이다.

필자의 경우도 남편의 유학지에서 첫 목회를 하면서 이민자들의 삶의 얘기를 듣느라 밤낮없이 따라다닌 때가 있었다. 당시 아이들이 어려서 밤늦게, 때론 새벽까지 심방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는데도 답답한 마음을 풀고자 하는 이들의 요청을 거절하는 게 더 어려웠던 것이다. 그것이 목회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했다. 그러나 잠이 불규칙해지고 에너지를 소진하며 피로가 누적되더니 어느 날, 옆 사람을 못 알아보았다. 눈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40대 초반인 나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는 고려해 본 적이 없는 때라 충격은 컸다. 몇 군데 병원을 거치며 고칠 수 없음을 알고는 두려움과 낙심에 빠졌다. 의사들은 소망의 말을 주지 않았고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만 했다.

그때부터 삶의 스타일을 바꾸며 몸의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우선 감당할 만큼의 범위 내에서만 일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담백한 거절이 관계를 나쁘게 하지 않음도 경험하며 삶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눈도 악화되지 않는 상태로 지내고 있다. 물론 주의 은혜로.

 

한결같은 온유한 인격

온유한 분위기가 그대로 인격에까지 연결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에너지()의 균형을 맞춰 살아가는 것이다

집 밖에서 힘을 소진하고 가정을 오로지 쉬는 장소로만 여기거나, 남에게 온유한 예의를 다하느라 가족과 적절히 대화할 힘이 없다면 그건 에너지 쏠림으로 나타난 균형 잃은 현상이다. 가정에서나 밖에서나 알맞은 온유를 옷 입는 것이 분노를 드러내는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

가족에게 에너지를 다 쏟는 사람도 밖에서 적절한 인간관계를 하기 어렵다. 이 경우 사람들을 만날 때 조용한 온유의 옷은 입을 수 있으나 진실하고 귀한 관계를 맺기가 힘들다. 왜냐하면 가족 안에서 참아온 스트레스로 기진해 있기 때문이다.

 

# 자신의 내면 욕구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마음속 욕망을 날마다 주님 앞에 내려놓고 정돈하지 않으면 우리 마음은 물질추구, 인정받음, 경쟁심에서 평온할 수가 없다. 온유의 옷을 입고 겨우 말과 행동을 길들여보지만 마음에서 치닫는 욕망을 따라 가족과 주변을 수동 공격할 수밖에 없다. 성령의 힘으로 맺힌 열매 온유를 잘 지켜가기 위해서는 겉모습과 마음의 일치를 위해 늘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을 스스로 감지하며 조절해 가야 할 것이다.

결혼식을 했다고 곧 자상한 아내가 되는 것이 아니고 아기를 낳았다고 바로 모성 넘치는 엄마가 되지 않듯이, 목회자의 아내가 되었다고 곧 인격이 온유한 사람으로 변하지 않는다. 온유의 모습은 앞서 살펴보았듯이 한곳에 지나치게 쏠리면 빈 공간이 드러나 그것이 대인관계로든, 자녀에게든 아니면 자신을 괴롭히는 양상으로 나타나게 되므로 그렇게 되지 않도록 자신을 다스리며 살아야 할 것이다.

 

 

/전영혜 사모

대광교회 담임인 서해원 목사의 아내이며 11녀의 자녀를 두었다. 신앙에 심리학을 접목한 부모교육, 결혼예비교육 등을 하고 있으며 <아름다운동행> 객원기자로 가정칼럼을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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