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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뉴질랜드 남섬에 있는 대학도시 더니든입니다. 건강과학부(Health science)로 유명한 오타고 대학교(Otago university)가 있어 매년 뉴질랜드 곳곳에서 의대, 치대, 약대, 물리치료, 약리학, 생리학 등 많은 젊은이들이 프로페셔널(professional)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이곳에 옵니다. 저희 교회는 도시의 특성답게 100여 명의 대학·청년들과 이들을 섬기는 어른 성도님들이 함께하는 젊은 교회입니다.

이곳 대학에 오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 이들은 신앙생활보다 공부가 우선이었던 탓인지, 대부분 초신자입니다. 처음으로 부모를 떠나 이곳으로 온 학생들은 여러 가지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공부에 대한 부담감으로 많은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가는 학생들, 처음으로 부모를 떠나 만끽하는 자유라 이곳에 온 목표를 잃어버리고 공부보다 자신의 욕구대로 살아가는 학생들, 혼자 사는 외로움을 친구로 해결하려다 관계가 깨어져 힘들어하는 학생들… 이런저런 젊음의 애환을 담은 도시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이들의 삶에 ‘부모 대신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다가설 수 있을까?’ 하고 늘 고민합니다. 부모까지는 아니어도 이모, 삼촌 정도의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섬기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찾아가고, 찾아오고, 만나고, 먹이는 사역이 저희의 주(主)사역입니다. 이들 덕분에 하루가 어떻게 갔나 싶을 정도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늘 맘 한켠에는 어른 성도들에 대한 맘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도시 특성상 다른 도시 이민자들과 달리 모든 면에서 여유가 많은 편이 아닙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고, 혹시나 소외감을 느끼게 될까 노심초사하며 최선을 다해 섬기려 하는데, 부족한 사람인지라 하나님의 은혜만을 간절히 구하고 있습니다.

가끔 몸이 아프거나 사역으로 지치다 보면 낯선 타국이라 그런지 참 서럽고 외롭습니다. 가족이나 친구도 없고, 특히 사역에 대한 이야기나 교제를 하고 싶은 사모님들이 많이 그리웠는데 마침 그때, 새로남교회 권사님을 통해 「라일락」이라는 귀한 선물을 받게 되었습니다. 받자마자 아이를 재워놓고 혼자 꼼짝도 않고 「라일락」과 깊은 밤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화려하지도 요란하지도 않고 소박하게, 그러나 강력하게! 저의 지친 몸과 마음을 터치하고 회복시키기 시작하였습니다.
다시 한 번 사모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게 되고, 참 행복한 사모가 되길 간절히 원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사모는 늘 완벽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잘못된 편견 속에서 하나님 앞과 사람 앞에서 정직하지 못했던 저의 모습도 보게 되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정직하지 못한 저의 감정을 보게 된 것입니다. 세상의 실용주의자들처럼 감정은 좋고 나쁜 것이 아닌 그저 존재하는 것으로 치부하고, 나 편하자고 상대방에게 나의 불편한 모든 감정을 다 드러낼 수도 없었습니다. 그저 숨기고 가슴 깊이 억누르며 살아가다 보니, 정확히 저의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에스겔의 깊은 슬픔 앞에 “조용히 탄식하라”(겔 24:17)라고 말씀하신 하나님을 깊이 이해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나 「라일락」을 통해 주님의 산 증인과 같은 존경하는 선배 사모님들의 글을 보면서, 고통스러운 감정을 주님 앞에 드러낼 때, 만지고 위로하시며 회복케 하시는 그분의 능력을 경험하며 주님을 겸손히 의지하게 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잘못 간구하던 기도, 혹은 바쁘다는 핑계로 마음담지 못했던 기도가 다시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감정을 오직 그분께만 드러낼 때, 우리를 그분의 목적에 맞게 빚어 가시며 사용하심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모님들의 글을 보며 함께 울고, 웃고… 참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글을 통한 만남이었지만, 직접 이야기 듣는 듯한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모의 길을 걸어가는 데 함께하는 동지가 있음에 얼마나 큰 힘과 위로가 되는지… 감사했습니다. 저 역시 하나님께서 진정으로 원하시는 참 행복한 사모가 되고 싶습니다.


이성희 사모(더니든 늘푸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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