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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부부의 친밀감을 높이기 위한 실제적인 지침: 거짓 친밀감과 진정한 친밀감

- 홍인종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누구나 가족과 친구, 이웃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살기를 원한다. 어떤 학자는 사람이 태어나서 세 종류의 친밀함을 경험한다고 말한다. 첫째는 부모 및 가족 형제들과의 친밀함, 둘째는 동성 친구들과의 친밀함, 그리고 세 번째는 이성과의 친밀함이다. 그렇기에 친밀함은 꼭 부부의 결혼생활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부에게 친밀함이 없는 건강한 결혼 생활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가족상담가인 노만 라이트는 이렇게 말한다.

친밀함은 결혼 생활 없이도 존재할 수 있으나 친밀함 없는 의미 있는 결혼 생활이란 불가능하다. 두 사람의 마음이 서로 와 닿으려면 반드시 친밀함이 필요한 것이다. 만약 당신이 당신의 배우자가 여러 문제나 또는 관심거리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모른다면 그 사람은 당신에게 있어서 조금은 타인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부부가 서로에 대한 관심과 그것을 나눌 수 있는 친밀함을 갖지 않고는 의미 있는 부부 관계를 만드는데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목회자 부부에게 있어서 친밀함이란 훨씬 더 중요한 요소이다. 왜냐하면 목회는 부부 공동의 헌신을 요구하는 사역일 뿐만 아니라 목회자 부부는 그 사역의 특성상 다른 교인이나 일반인과의 친밀한 관계 형성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목회자 사모들이 “친한 친구를 만들기 힘들다”, “한 교인과 가까워질 때 다른 교인의 시기나 질투를 유발할 수 있다”라고 관계의 힘든 점을 토로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목회자 부부의 친밀감을 높이며 부부 생활에 활력과 친밀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


친밀함과 친밀감
필자가 가정의 달인 5월에 한 교회를 방문하여 특강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담임 목회자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분이 이렇게 이야기를 하였다.
“도대체 가정의 달은 누가 만들었습니까? 10여 년 목회하면서 가정의 달 내내 행복한 가정과 부부생활, 결혼, 자녀 교육에 대해 설교했더니 이젠 별로 할 말도 없습니다. 게다가 그렇게 살지도 못하는데 교인들에게 성경적인 결혼과 가정생활이라며 가르치려니 부끄럽습니다. 그래서 주로 강사를 부릅니다.”
사실 결혼생활과 가정생활에서 완전한 부부, 온전한 가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목회자 부부는 실제 결혼생활과 성경의 완전한 부부관계 사이의 그 괴리가 더욱 크다고 느낀다. 늘 하나님의 말씀에 도전받고 그것을 가르쳐야 하는 입장에 서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친밀한 관계로 보이기는 하지만 실제적 친밀함을 나누지 못하고 위장된 친밀함에 머물러 있는 목회자 부부들이 종종 있다. 마치 잉꼬부부로 소문난 연예인 커플이 어느 날 갑자기 이혼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할 때와 비슷하다. 그들은 위장된 친밀함으로 대중 앞에 보였지만 실상은 진정한 친밀감이 결여된 부부생활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친밀함이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상태를 주로 의미한다면, 친밀감은 친밀함을 느끼는 정서적 또는 감정적 경험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친밀감은 성적이고 지적인 차원뿐 아니라 감정적이고 경험적인 것을 포함하는 전인적인 연합(고든 맥도날드는 ‘마음의 연합’이라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스턴버그는 친밀감이 다음의 내용을 포함한다고 말한다.
사랑하는 이의 복지를 증진시키려는 바람,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을 경험, 사랑하는 이에 대한 높은 존경, 필요할 때는 사랑하는 이에게 의지, 사랑하는 이와 상호이해, 사랑하는 이와 더불어 자아와 소유물을 공유, 사랑하는 이로부터 정서적 지원을 보답, 사랑하는 이에게 정서적 자원을 제공, 사랑하는 이와 의사소통을 주도, 자신의 일생에서 사랑하는 이가 가치 있는 것 등이다.
즉 친밀감이란 인간 내면의 깊은 연합 또는 결합과 연관이 있고, 그것을 위해서는 자신의 약점과 결점까지도 노출하는 위험을 감수하고, 또한 자기 유익보다는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한다. 게다가 친밀감을 나누기 위한 전제로 책임감과 신뢰, 대화 능력 등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부부에게 있어서 친밀감은 부부가 육체적, 심리적, 영적으로 둘이 하나 됨을 이루어가게 하는 필수 요소이며, 함께함을 느끼게 함으로 결혼의 행복 정도를 측정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거짓 친밀감에서 진정한 친밀감으로
사진을 찍을 때 보통 ‘김치’, ‘치이즈’라고 말을 하게 된다. 그래서 가족사진 속에는 모두가 웃고 있다. 부부가 아무리 싸웠어도 사진 속에서는 웃고 있다. 사진 속에 웃고 있는 가족들의 얼굴을 보면서 결코 행복한 가족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부부가 목소리를 높여서 싸우다가도 전화를 받을 때는 갑자기 상냥한 목소리로 변할 수 있다. 가족의 갈등을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위장하듯이, 내면에서는 갈등하고 있는데 겉으로는 배우자를 향해 웃으며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은 거짓 친밀감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목회자 부부는 더욱 이런 상황에 쉽게 노출된다. 왜냐하면 목회자 부부의 갈등이나 어려움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하거나 보였다가는 교인들이 실망하거나 교회를 떠나지나 않을까 두려워하면서 정해진 역할 구조에 머물러 있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초기 가족치료자 중에 리만 와인(Lyman C. Wynne)과 그의 동료들은 1950년대부터 정신분열증의 가족관계 연구를 통해서 거짓 친밀성(Pseudomutuality, 가짜 친밀감 또는 의사(擬似)상호성으로 번역하기도 한다)의 개념을 소개한다. 이 이론의 핵심 용어로서 거짓 친밀성은 ‘관계에 속한 사람들 각자의 정체성을 무시하고 함께 결속하는 데만 지나치게 열중함’을 의미한다. 벡버 부부는 잘 기능하는 가족은 분리와 결속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반면, 거짓 친밀성을 갖고 있는 가족은 ‘개인의 정체성을 인정하는 것이 전체로서의 가족에 위협’인 것으로 간주하며 ‘유머와 자발성이 부족하고, 융통성 없이 역할이 부여되고 유지되며, 가족원들은 이와 같이 경직된 역할구조가 바람직하고 적합하다고 고집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거짓 친밀성의 위험성은 가족 구성원들에게 환상의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다. 특별히 목회자들은 마치 어항 속에 물고기처럼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환상 속에 이상적 부부처럼 위장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거짓 친밀감을 넘어서 진정한 친밀감을 키워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실천하여야 한다.

첫째, 에너지와 시간을 투자하라.
부부간의 친밀감을 키워가기 위한 지름길은 없다. 즉 친밀감은 어느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마술적인 것이 아니라 이 친밀감이 성장하도록 양육하고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시간을 투자하여야 한다. 목회자 부부가 목회나 자녀양육, 교인에 관한 것들로부터 벗어나서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고 함께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하루에 30분, 일주일에 반나절, 한 달에 하루 정도의 시간은 목회자 부부가 서로를 향하여 비워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부부의 헌신을 요구하는 목회 현실에서 부부의 친밀감을 쌓기 위한 노력과 훈련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목회자 부부의 친밀감이 높으면 높을수록 목회에서의 행복감은  높아질 것이다. 즉 목회 행복은 목회자 부부 관계의 친밀감의 정도에 달려 있다.

둘째, 친밀감을 개발하기 위해 진실함이 담긴 정직한 대화를 나누라
성경에서 최초 인간 아담의 첫 번째 말은 아내 하와를 향한 찬사였다. 아담은 “드디어 나타났구나!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창 2:23, 공동번역)”라고 외친다. 아담은 하와가 자신의 일부분이자 가장 중요한 핵심이며 처음부터 함께한 배우자라고 선언한다. 그의 첫마디는 배우자에 대한 찬사와 존경의 극치였다. 하나님께서는 부부가 함께함으로 서로의 부족을 보완하고 친밀함(하나됨의 연합)을 이루기를 원하신다. 그 친밀함의 최고는 서로를 향하여 투명한 것이다. 아담과 하와는 창조의 완전함 속에서 서로 벌거벗었으나 부끄러워하지 않았다(창 2:25). 단순히 옷을 입지 않았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의 가장 깊은 부분까지도 서로를 향하여 개방하였음을 의미한다. 볼스윅 부부는 부부의 친밀함을 설명하면서 가정은 창조의 질서에 속한 유일한 사회적 기관이며 친밀함, 즉 상대방을 아는 것을 강조하며 창세기에서 아담과 하와가 느낀 친밀감은 어떤 꾸밈이나 가식, 거짓도 없이 그들 자신이 될 수 있는 능력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자신의 치부를 숨기기 위해 속임수 게임을 할 필요가 없었다.
친밀감을 위한 정직한 대화를 위해서 하루 세 번 식사 때마다 기도하듯 적어도 하루에 세 번은 배우자에게 찬사와 감탄, 감사와 격려, 그리고 칭찬의 말을 해 보자. 이것은 거짓으로 하라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찾고 훈련하며 새로운 언어, 새로운 방법으로 함께 살아온 배우자에게 진심이 담긴 고마움을 표현해 보는 것이다. 감정의 잔고에 긍정이 쌓여가야 비로소 친밀감이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친밀감이 넘치는(가능하면 목회자) 부부와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배우라
하버드와 샌디에고 대학에서 가르치는 크리스태키스와 파울러 교수는 「행복은 전염된다」는 책에서 3단계 영향법칙을 이야기한다. 1971년부터 2003년까지 12,067명을 종단연구한 결과 ‘친구’(1단계)가 행복할 경우 당사자가 행복할 확률은 약 15% 더 높아지고, ‘친구의 친구’(2단계)가 행복할 경우 당사자가 행복할 확률은 10%가 높아지고, ‘친구의 친구의 친구’(3단계)가 행복할 경우 당사자가 행복할 확률은 6%가 높아진다고 밝혔다. 한 사람이 행복하면 3단계 떨어진 사람까지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에 있어서도 가능한데 비만, 이혼, 불행 등도 가까운 사람들로부토 마치 전염성이 있는 것처럼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친밀한 부부, 행복한 친구 부부, 닮고 싶은 신앙의 선배, 멘토 부부 등과 함께 시간을 보냄으로 어떻게 친밀감을 쌓는지를 배워야 한다.

부부 관계는 “한 몸을 이루라”는 하나님의 주례사에 따라 영적으로, 정서적으로, 습관적으로, 육체적으로 서로를 알아가며 친밀감(전적인 하나됨)을 계속해서 이루어가는 과정이다. 목회자 부부는 서로에게 에너지와 시간을 투자하고 서로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배려와 진실한 대화를 통해, 또 실제로 행복하고 친밀감이 넘치는 멘토 부부들과의 정기적인 만남과 배움을 통해 진정한 하나됨인 부부의 친밀감을 배양해 갈 수 있을 것이다. ▩



글/홍인종 교수
장신대 신대원 졸업, 미국 리버티와 달라스, 훌러 신학교를 졸업하였으며, 현재 장신대 실천신학 목회상담학 교수로 후학양성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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