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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창구를 통해 서로의 영혼을 바라보며 솔 프렌드쉽을 키운다

-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 원로)



성경은 자기 집을 다스리지 못하는 자가 어찌 하나님의 교회를 돌아볼 수 있느냐고 질문한다. 집을 다스리는 데에 부부의 소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 있을까? 그런데 문제는 그 소통이 시간과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대부분의 한국 교회 목회자들이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결국 시간의 질적 사용과 창조적 대화의 에너지를 집중함이 부부 소통의 열쇠가 될 듯하다. 이 원고 청탁을 받고 나는 37년 결혼생활 중 우리 부부의 친밀감 상승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부끄럽지만 우리 부부의 지난 삶의 마당을 열어 조금이나마 함께 나누고자 한다.

우리 부부의 가장 소중한 소통의 통로는 큐티 나눔이었다.
신앙생활의 초기부터 말씀 묵상과 적용을 중심으로 하는 큐티를 배울 수 있었던 아내와 나는 매일 같은 본문으로 큐티를 하고, 시간이 허락될 때마다 큐티한 내용으로 짧은 대화를 나누어 왔다. 최근에는 큐티 후 우리가 동일하게 사용하는 아이폰 트윗(twitter)에 매일 140자 이내로 큐티를 요약해서 올리고 있다. 아무리 바빠도 아내는 내 공개된 묵상을, 나는 아내가 공개한 묵상을 훔쳐보고 멘션(mention)을 날린다. 바쁘면 전화를 통해서라도 짧게 멘트하고 마음을 나눈다. 이 소통의 창구로 우리는 서로의 영혼을 바라보며 ‘솔 프렌드쉽(soul friendship)’을 키워올 수 있었다.

또 하나는 식탁의 대화 마당이다.
아무리 바빠도 식탁은 가족의 만남의 광장이 아니던가. 그런 식탁교제의 장을 통해서라도 가족의 일상사와 아내의 불만에 귀를 기울여 경청하고자 한다. 물론 나의 자녀나 아내가 내 경청의 노력에 얼마만큼의 점수를 줄지는 모르겠다. 나는 설교자로서 나의 대화가 가족에게 또 하나의 설교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목회자 부부의 대화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서로를 향한 설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식탁에서만이라도 ‘shut the mouth(입을 닫고)’하고 경청하고자 애쓴다. 때로는 설교하고픈 충동을 억제하고 이를 악물고 경청하기도 한다.
외식도 우리 부부의 소통의 마당 중 하나이다. 성경은 “외식(?)하지 말라”고 했지만 집 근처에서라도(멀리 갈 시간 여유가 없어서) 자주 외식의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아내의 수고를 더는 이점(利點)도 있고, 식사 후 우리가 좋아하는 커피숍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과 요거트를 앞에 놓고 서로를 바라보는 그 바라봄이 필요해서이다. 그렇게 흐르는 마음의 대화에서 우리의 정과 사랑이 교류됨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집회 스케줄에 가능한 아내와 동반하고자 노력해왔다.
초기 한국 교회에서는 집회 강사로 부부를 함께 초청하는 관습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염치 불고하고 집회에 아내와 동반하여 가끔 주최 측을 당황하게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다행스럽게도 많은 교회가 이런 트렌드에 마음을 여는 모습을 본다. 요즘은 “아내 교통비는 제가 책임지니까 걱정 마시라”는 단서를 먼저 전달하기도 한다. 내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아내가 곁에 있음이 편하고 좋은 것도 있지만, 그보다 그렇게 해서라도 소통의 여유를 갖고 싶어서였다.

무엇보다 가장 소중한 우리 부부의 친밀감의 기회는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시도 때도 장소도 아랑곳하지 않는 우리만의 ‘화살기도’의 장이다. 서로의 손을 잡고 드리는 짧은 기도에서 때로 우리는 성(性)의 교제 이상으로 깊은 연합을 느낀다. 이것은 서로를 지지하고, 붙들어 세우고, 서로를 소유하며, 서로의 사랑을 기도로 확인하는 마당이기도 하다.
서로를 향해 짧지만 뜨거운 기도의 화살을 날려보라! 큐피드의 화살보다 더 강력하게 배우자의 심장을 꿰뚫어 사랑의 보혈을 흘리게 할 것이다.

그리고 자주는 아니더라도 잘 계획하여 부부만의 여행을 떠나보자. 해외가 아니면 국내에서라도, 긴 시간이 아니면 단 2, 3일이라도. 그것도 안 되면 드라이브를 해서 교외 한적한 곳이나 아니면 단 몇 시간의 박물관이나 미술관 여행이라도 좋다. 나는 요즘 국내 특히 집 근처에도 이렇게 좋은 곳이 많다는 것에 경이를 느끼고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시간에 자연이나 볼거리 이상으로 배우자의 얼굴과 마음을 주목하는 일이다. 마치 우리의 만남이 처음인 것처럼, 그리고 마지막인 것처럼. ▩

                              
글/이동원 목사
지구촌교회의 원로 목사로 가정생활 세미나를 한국 교회에서 처음 시작하였으며, 아내 우명자 사모와 함께 슬하에 2명의 아들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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