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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들의 방어기제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방법

 

황동한 목사 (함께하는교회 담임)

 

 

교회 안에서 성도들과 목회자 사이에 오해 아닌 오해가 생길 때가 많다. 특히 다른 사람들에게 들은 말을 옮기는 등 의사소통이 잘 안 되고, 오해가 쌓이고, 마음이 상할 때는 서운한 감정과 분노까지 생긴다. 교회는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사람들의 모임인데도 왜 크고 작은 오해들이 끊이지 않을까?

그 이유는 먼저,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감정이 상하면 지식이 바로 작동되지 못하고 왜곡된다. 또한 감정을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하나는 일반적으로 느껴서 표현하는 감정이고, 다른 하나는 마음속 깊은 숨은 감정이다.

다음으로는 이중 언어가 있다. 성도들이 일반적으로 “나 올해는 섬기지 못하고 쉬고 싶어요”라고 말할 때는 너무 힘들어서 정말로 쉬고 싶다는 마음인지, 아니면 힘들어서 위로받고 싶다는 뜻인지 깊은 속마음의 숨은 감정까지 알아야 한다.

목회자가 성도들의 숨어 있는 깊은 속마음을 읽어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말은,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감추고 있는 깊은 속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자기 나름대로의 방어기제를 사용하기에 쉽게 그 마음을 읽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은 감정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자신의 마음을 객관적으로 알아야지만 어떤 갈등이든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목회자들은 다양한 환경에 처해 있는 성도들을 만나고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성도들의 속마음과 그들이 어떤 방어기제를 가지고 있는지 제대로 알수록 성도들을 이해하고 목회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성도들을 포함한 사람들은 어떤 방어기제를 갖고 있을까?

 

◆ 첫째, 자기 합리화 방어기제이다

자기 합리화 방어기제를 다른 말로 하면 ‘일반화 방어기제’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부 사이에 갈등이 있다고 하자. 부부가 상담하러 왔을 때, 아내는 남편이 화를 너무 잘 내는 편이라고 했고, 남편은 아내와 말이 통하지 않으니 더 이상 함께 살지 못 하겠다고 토로했다. 상담할 때 남편이 주로 한 말은 “보통 남자들은 다 저처럼 하고 살지 않나요? 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처럼 산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나요?” 등이었다. 남편의 입장은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남자들은 자기처럼 살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도 그 정도의 화는 내기에 남편이 화를 내는 것은 ‘정상’이라는 주장이었다. 오히려 자신을 문젯거리로 삼는 아내가 문제라고 반발한다.

이것이 바로 일반화, 즉 자기 합리화 방어기제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자기 합리화 방어기제의 가장 흔한 예로는 타인을 끌어들여 나를 정당화시킨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니 내가 그렇게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를 내세워 자신을 합리화시킨다.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은데 왜 너만 나의 의견에 딴지를 걸고 반대하며 말하느냐?” 등 교회 안에서도 구역 모임이나 셀 모임에서 다른 의견을 내면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의견을 낸 사람이 비난을 받을 때가 있다.

우리는 우리가 알든 알지 못하든 전체주의에 길들여져 있는 분위기이기에 자신의 목소리를 똑바로 내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비판 섞인 문제를 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 요즘과 같이 변화 속도가 빠른 시대에서는 젊은이들(20~30대)과 50~60대 사이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 서로 자기 합리화 방어기제를 내세우며 논리를 정당화한다. 젊은 아기 엄마들이 “요즘은 아이들 키우는 게 너무 힘들어요. 아이 한 명 키우는데 너무 많은 돈이 들어서 두 명은 생각도 못하겠어요”라고 말하면, 50~60대 어른들은 “아이 한 명 키우는데 힘들다고 이야기하면 어떻게 하냐? 우리 때는 아무것도 없이 10명씩도 키웠다. 요즘 사람들이 너무 살기 편해져서 그렇다”며 시대적 상황의 일반화를 들어 자신이 속한 집단을 정당화하고 나머지 집단은 틀린 집단으로 규정한다.

 

다양한 연령대와 판단 기준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교회에서 각자, 혹은 각 공동체마다 자기 합리화 방어기제를 사용해 목회자에게 상담을 할 때면 다양한 관점에서 이들의 마음을 읽어야 하고, 진짜 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야기를 전개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상담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자기 합리화 방어기제를 들고 상담하러 온 성도와 그 일에 대한 상대방을 분화시켜야 한다. 이미 성도는 ‘본인은 정당하다’ ‘나는 합리적이다’라는 명제를 품고 왔기에 이런 상태에서는 해결을 제시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때는 먼저 상담하러 온 성도와 사건의 발단이 되는 사람(사건, 환경)과 분화시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 작업은 성도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은 후 객관적이면서 비판적이지 않게 엉클어져 있는 성도들의 감정을 풀고, 감정적으로 엮인 사람으로부터 떼어 내고, 제대로 이성을 작동해 판단할 수 없는 사건과 분리시켜야 한다.

자기 합리화 방어기제의 해결의 단추는 ‘분화’임을 기억하고 성도들은 ‘사람, 사건, 환경’과 정서적으로 분화해서 자신이 갖고 있는 방어기제를 내려놓은 다음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 둘째, 열등감 방어기제이다

교회는 다양한 사람들이 오랜 시간 동안 관계를 맺는 공동체이기에 잘못하면 ‘심한 열등감을 느낄 수 있는 모임’으로 변질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척하면서 부정적인 단어를 섞어 이야기하는 것 등은 대표적인 열등감 방어기제라고 볼 수 있다.

“우리 교회 A 권사는 새가족부인데 너무 옷을 화려하고 입고 오는 것 같아. 은근히 부자라는 것을 자랑하는 거지. 그런 모습은 새가족들에게 좀 부담스럽지 않을까?” 교회 안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공동체 혹은 새가족을 걱정하는 것 같으면서도 다른 사람을 험담하는 것 등은 열등감을 포장해서 표현한 것이다.

부럽다고 말하면 왠지 내가 없어 보이는 것 같은 부끄러운 마음, 있는 사실을 그대로 이야기하면 무능력한 자로 보이는 것 같아 일부러 반대로 말하는 것들 또한 열등감 방어기제를 상용해서 대화하는 예시이다.

 

열등감의 방어기제를 안고 찾는 성도들에게는 목회자는 어떤 방법으로 대해야 할까?

먼저, 목회자들은 칭찬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그들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열등감을 안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비교해 내가 부족하다’고 느끼기에 예상하지 못하게 권위자로부터 칭찬이나 인정을 받으면 “어, 내가 잘 못하는 사람이 아니네, 나는 괜찮은 사람이네”라는 느낌을 받아 닫혀 있던 마음이 활짝 열릴 수 있다.

만약 성도가 외모에 대해 열등감이 있다면 우회적으로 그 부분을 칭찬해 주거나, 학업에 대해 열등감이 있다면 그 부분을 인정해 주면서 마음 깊은 곳에 감정을 헤아려 주면 상담하거나 대화하는 것이 훨씬 더 부드럽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 셋째, 억압적(공격적) 방어기제이다

어떤 성도들 중에는 성도들끼리 대화할 때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의견은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자신의 말만 쉴 새 없이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주고 억압적(공격적) 방어기제를 갖고 있는 사람들로, 그들의 내면 깊은 곳에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다. 내가 어떤 말을 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수용하지 않거나 반대 의견을 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반대 작용으로 오히려 더 억압적이고 공격적인 자세로 상대방을 몰아붙이는 것이다.

억압적 방어기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보통 감정적이거나 다혈질의 사람들이 많기에, 이들에게 똑같이 공격적이거나 억압적인 형태로 반응하는 것은 둘 다 좋지 않은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이런 사람들이 교회에 있으면 먼저 이들의 이야기를 다 들어 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물론 이들이 말하는 것이 틀린 것도 있고, 논리에 맞지 않는 것도 있을 수 있지만, 일단 그들이 이야기할 때는 중간에 끼어들지 말고 충분히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사실 이 작업은 자신의 의견을 끝까지 말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있지만, 그 사람의 공격적인 감정을 모두 빼낸다는 측면에서 보아야 한다. 말을 하면서 마음속 감정까지 다 빼내게 하는 원리이다.

감정이 빠지면 이제는 들을 귀가 생긴다. 그때 목회자는 천천히 알아듣기 쉽게 논리적으로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그러면 이들 또한 심리적인 여유가 생겨 억압적 방어기제를 풀고 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 성도들의 숨겨진 감정을 읽어 주는 목회자

방어기제는 욕구가 가득한 사람이 상황에 부딪혔을 때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동적으로 표현되는 것으로 앞서 보았던 다양한 형태(정당화 방어기제, 열등감 방어기제, 억압적 방어기제 등)로 나타난다.

방어기제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이를 해결하지 않고 오랫동안 놔두면 몸에 습관화되어 내면화된다는 사실이다. 열등감 방어기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그대로 두면 그 사람의 열등감이 내면화되어서 모든 상황에 ‘열등감 방어기제’로 반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방어기제가 내면화된 사람들의 감정 상태는 어떠할까? 솔직하지 못하고 어떤 형태로든 방어 자세를 취하며 상대방을 대하기에 눌려 있는 감정을 갖고, 하나님 앞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출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고,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는 마음이 바로 방어기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다.

그렇기에 목회자는 이들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끔 도와야 한다. 숨겨져 있던 자신의 원래 감정을 찾을 수 있게 질문도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면서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를 느낄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어쩌면 방어기제는 거짓 감정에서 출발한 표현 방법이기에 목회자가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성도들의 거짓 감정을 읽어 주고, 진짜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발현할 수 있게끔 돕는다면 치유와 회복은 일어날 것이다.

 

 

글/황동한 목사

고려신학대학원 졸업. 경기대학교 청소년 지도상담 석사와 백석대학교 기독교 상담학 박사이다. 현재 함께하는교회를 담임하고 있으며, (사)십대의벗청소년교육센터 원장으로 사역하고 있다. 저서로는 《나 iN 나》, 《함께하는교회 이야기》, 《이럴 때 내 마음은》를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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