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영성 훈련의 출발점은 건강 관리입니다 - 최재호 목사(대구성일교회 담임/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
2023.06.07 17:28
'영성'이나 '영성 회복'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영성 훈련'이라는 말도 많이 사용합니다. 단어의 개념을 간략하게 정의하면, 영성은 '하나님의 부르심에 반응하는 성향'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영성 훈련은 '하나님의 부르심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자신을 준비시키는 훈련'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영성 훈련이 하나님의 부르심에 즉각적으로 순종하는 순발력을 증진시키는 훈련이라면, 영성 훈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전제는 건강한 몸입니다. 건강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떠한 부르심과 자극에도 반응할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의 청지기로 창조되고 부름을 받은 우리가 하나님의 부르심에 전인격적으로 순종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몸이 하나님을 섬기는 도구로 훈련되고 준비되어야 합니다.
인생을 허비하지 않고, 지혜롭고 진실한 청지기로 살아가기 위한 근본적인 기초는 올바른 영성에 근거하여 몸의 상태와 습관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영성 훈련은 영혼뿐만 아니라 영혼과 몸을 온전하게 관리하고, 준비시키는 전인격적인 훈련입니다(살전 5:23).
● 영성의 근본 기초는 건강입니다.
건강은 질병을 피하는 문제가 아니라, 육체의 허약함을 피하는 문제입니다. 질병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우리 몸에 허약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 때문에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게 될 것입니다. 몸이 건강하지 못하면, 외부적으로 주어지는 자극이나 부르심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몸을 건강하게 관리한다는 것은 몸의 일부분이나 혹은 전체가 허약해지는 것을 최소화하여, 우리의 몸이 주어진 자극이나 부르심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관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건강 관리는 자동차를 유지 관리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 자동차의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잘 관리해 두면, 운전자가 필요할 때에 언제든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평소에 자동차의 상태를 점검하지 않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정말로 필요하고 긴급한 상황에서 자동차의 시동이 꺼지거나 운전 중에 자동차가 멈춰 버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오래된 중고차를 타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일수록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실감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동차를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관리를 잘해야 되는 것처럼, 하나님의 부르심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잘 관리해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영성 훈련의 근본 기초는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입니다.
● 건강 관리는 영적인 순종의 문제입니다
우리의 몸은 우리의 것이 아닙니다: "너희 몸은 너희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바 너희 가운데 계신 성령의 전인 줄을 알지 못하느냐? 너희는 너희 자신의 것이 아니라 값으로 산 것이 되었으니 그런즉 너희 몸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고전 6:19~20). 하나님은 우리의 영혼만 구원하신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몸까지도 구원하셔서 하나님의 영광의 도구로 사용하시기를 원하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몸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은 나의 즐거움과 편안함을 위한 생활 습관의 문제 그 이상입니다. 몸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은 우리를 지으시고, 구원하신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영적인 문제입니다.
어떤 동기에서 몸을 건강하게 관리하느냐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몸을 관리하는 동기에 따라서 대체로 네 가지 정도의 건강 관리 모델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치료 모델'입니다. 건강을 잃고 질병에 걸리면,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회복하는 일에 전적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것은 생각할 이유가 없는 상태입니다.
두 번째는 '건강모델'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건강을 위한 건강 관리 모델입니다. 이 모델은 건강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과 사명감이 없이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 건강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기껏해야 자기만족과 자기과시를 위해서 몸을 관리하는 모델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모델에 속해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 가지 분명히 기억할 것은, 건강의 활용에 대한 올바른 비전고 ㅏ사명감이 없이 건강을 위해서 건강을 추구하는 것은 그 자체가 우상입니다.
세 번째 모델은 '상품화 모델'입니다. 자기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몸의 관리가 이 유형에 속합니다. 몸짱, 얼짱이라는 말이 상품화 모델의 동기를 잘 드러내는 표현입니다. 상품화 모델은 자기만족과 자기과시를 위해서 몸을 관리하는 일에 생활의 최우선 순위를 두는 것입니다. 이 모델은 건강 모델의 우상 숭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자기 숭배입니다.
네 번째 모델은 ‘청지기 모델’입니다. 이 모델은 건강 관리는 생활 방식의 문제를 넘어서 영적 순종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나의 몸은 나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맡기신 것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목적과 쓰심에 맞게 잘 관리하고 준비하는 것입니다.
건강 관리 모델을 요약하면, 두 가지 원칙적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건강이 빠진 영성은 허상입니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 관리는 인생 관리이며, 영성 훈련의 근본 전제입니다. 둘째 여성이 빠진 건강은 우상입니다. 우리의 몸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기 때문에, 하나님께 대한 비전과 사명감이 없이 단순히 자기 자신의 즐거움과 만족을 위해서 건강을 관리하는 것은 그 자체가 우상입니다. 따라서 영성 훈련에 건강 관리는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그러나 건강과 영성의 균형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건강이 빠진 영성은 허상이다’, ‘영성이 빠진 건강은 우상이다’ 이 두 원칙은 항상 함께 가야 합니다.
● 자기 몸의 제사장이 되어야 합니다
로마서 12장 1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 ‘너희 몸을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는 말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성도의 거룩한 삶을 의미합니다. ‘영적’이란 말은 하나님의 선하시고 의로우신 뜻에 합당한‘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영적 예배‘를 설명하면, 하나님의 부르심에 합당하게 응답하는 거룩한 삶이야말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진정한 예배라는 것입니다.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는 말은 몇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내 몸을 하나님께 거룩한 제몰로 드리는 것입니다. 여기서 내 몸은 하나님께 드려지는 제물이며, 나는 나의 몸을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장이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내 몸은 제물일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 행위가 이루어지는 성전이 되기도 합니다. 또 하나 덧붙인다면, ‘내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산 제물로 드린다’는 말은 내 몸을 통하여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라는 말입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내 몸은 여러 가지 삶의 열매를 제물로 담아서 드리는 거룩한 그릇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몸의 제사장이 되어라’는 말은 적어도 세 가지 관점에서 자기 몸을 관리해야 하는 제사장으로서의 실천적 의무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실천적 의무는, 자기 몸을 하나님께 드리는 제물로 관리해야 합니다. 나의 몸은 하나님께 드리는 제물입니다. 제물은 흠이 없어야 합니다. 제물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는 유월절 어린 양을 잡기 전의 관리와 점검 과정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출 12장). 하나님께 제물로 드릴 양을 미리 선택하여 흠이나 결함이 생기지 않도록 특별하게 관리하여 최상의 상태로 하나님께 드리라는 의미입니다. 하나님께 제물로 드려야 할 우리의 몸을 방탕하게, 나태하게 방임하는 것은 하나님께 드릴 제물에 결함이 생기도록 방치하는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우리의 몸을 하나님께 드리는 흠 없는 제물로 관리한다는 것은 우리가 하나님으로부터 어떤 조건에서, 어떤 상태의 몸을 받았든지, 주어진 조건에서 받은 달란트대로, 우리의 몸을 하나님께서 기쁘시게 받으시는 제물로 손색이 없도록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실천적 의무는, 자기 몸을 하나님의 성전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성전을 관리하는 제사장의 책임은 성전을 거룩하게 관리해야 할 뿐만 아니라, 파손된 곳을 꾸준히 관리하고 보수해야 합니다. 세월이 지나면 성전에 수리할 부분이 생기듯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발생하는 질병과 몸을 망가뜨리는 나쁜 습관들을 점검하고 고쳐야 합니다. 몸에 배인 습관이 거룩하지 못하고, 깨어지고 흐트러졌다면, 우리의 몸은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거룩한 성전이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방탕한 생활 습관을 대표하는 술에 취하지 말고, 성령의 충만을 받으라고 말씀합니다(엡 5:18).
세 번째 실천적 의무는, 자기 몸을 다른 제물들을 담아 드리는 깨끗한 그릇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우리는 몸을 사용해서 하나님을 찬양하고, 예배하고, 기도하고, 봉사하고, 섬깁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모든 행동은 몸을 거치지 않고 되는 것이 없습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의 몸은 하나님이 기쁘게 받으시는 생활의 열매를 제물로 담아 드리는 그릇입니다. 그릇이 깨끗하지 못하면, 거기에 어떤 제물을 담아 드리더라도 하나님이 기쁘시게 받으시는 제사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런 것에서 자기를 깨끗하게 하면 귀히 쓰는 그릇이 되어 거룩하고 주인의 쓰심에 합당하며 모든 선한 일에 준비함이 되리라”(딤후 2:21). 우리의 몸이 하나님께 제물을 담아 드리는 그릇이라면, 날마다 설거지를 하고 샤워를 하듯이, 지속적인 회개의 삶을 통하여 일상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죄악의 찌꺼기들을 깨끗하게 씻어내야 합니다.
● 몸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합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지혜롭고 진실한 청지기로서 거룩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우리의 영혼과 육체를 포함한 삶의 전 영역이 거룩해야 합니다. 바울사도는 “죄가 너희 죽을 몸을 지배하지 못하게”(롬 6:12) 하라고 권면합니다. 몸의 거룩함을 추구하는 것은 나의 몸을 죄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의의 도구로 사용하여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바울사도는 살든지 죽든지 자신의 유일한 소망은 자기 몸을 통하여 “그리스도가 존귀하게”(빌 1:20) 되는 것이라고 고백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최고의 목적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입니다(고전 10:31). 우리는 “몸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고전 6:20) 하는 실천적 사명을 부여받았습니다. 우리의 몸을 방탕한 생활 습관에 함부로 돌려서도 안 되지만, 나태함으로 인해서 몸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방치해서도 안 됩니다. 몸을 맡은 지혜롭고 진실한 청지l로서, 거룩한 제사장으로서, 자신의 몸을 거룩하게 관리하여 몸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합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론이 아니라, 실천적인 영성 훈련은 건강 관리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건강이 빠진 영성은 허상’입니다. 동시에 ‘영성이 빠진 건강은 우상’입니다. 영성 훈련과 건강 관리는 분리될 수 없는 한 묶음입니다. 건강 관리는 자기만족의 수준을 넘어서, 하나님의 부르심에 즉각적으로 순종하기 위하여 자신을 관리하고, 준비시키는 영적인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