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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성인 아이입니다

고토 메구미 집사



여러분은 ‘역기능 가정’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까?
일본에서는 ‘기능불전가정’이라고 합니다. 가정의 역할을 상실한 집이라는 것이지요.
원래는 술 문제가 있는 집을 가리켰지만,  후에는 마약, 도박 폭력 등 큰 문제가 있는 집도 포함되었고, 요새는 아빠가 너무 엄격하거나 자녀를 너무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심하게 교육을 시키는 가정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 집에서 자란 아이를 ‘성인아이’라고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아이로서 편하게 살 수가 없어 일찍 어른이 되었고, 그 사람이 어른이 되어도 마치 아이처럼 나약한 부분을 가지고 어렵게 사는 사람을 말합니다.

저도 전형적인 성인아이입니다.
저는 아빠가 술꾼인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그런 가정에서 살다 보니 천진난만한 아이가 될 리 없겠지요.
제가 생각해도 저는 정말 비뚤어진 아이였습니다.
'그 누구도 나를 싫어할 거야. 나는 누구한테도 사랑 못 받는 아이야. 내가 어른이 되면 나는 애들 마음을 아는 어른이 될 거야!' 어린 나이에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부모의 싸움은 아이로 하여금 전쟁터에 있는 기분을 갖게 한다고 합니다.  
저 역시 그런  전쟁터에 항상 나가야 했고 그 속에서 어린 남동생까지 지켜야 했습니다.
아빠는 여차하면 "누구 덕분에 밥을 먹을 수 있느냐?"고 어린 저희들에게 윽박을 지르셨고,
엄마는 "너희들 때문에 아빠랑 헤어질 수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저 때문에 부모가 고생한다는  죄책감에 늘 시달리게 되었고,
항상 태어나서 미안하다고 생각하면서 컸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학교에서도 행복하게 살 수가 없었습니다.
열등감 때문에 친구를 사귀기가 어려웠고, 어떤 때는 이지메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소풍을 가도 혼자서 밥 먹기가 일쑤였습니다.
늘 외로웠던 저는 초등학생 때 유치한 방법으로 부모님 관심을 얻기도 했습니다.
도둑질을 해 보기도 했고, 눈이 보이는데도 안 보이는 척하기도 했고,
아픈 척을 해서 부모님의 주목을 얻기까지 했습니다.
중학생이 된 다음에는 우등생이 되어 엄마를 행복하게 만들려고 노력을 하게 되었고,
빨리 돈을 벌어 엄마를 이혼시키고 호강 시켜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상업 고등학교에 자원 진학까지 했습니다.  
사춘기나 반항기도 없었지요. 제가 반항을 하면 그나마 남아 있는 작은 행복까지 깨질 것 같았으니까요…….

아이들은 그 부부의 건강상태를 나타내는 바로미터입니다.
부부가 화목해야 아이가 안심하고 자랄 수 있습니다.
아빠가 정신적으로 엄마의 마음을 편하게 해줘야 아이도 아이답게 살 수 있습니다.
엄마가 불행한 가정에서 자란 딸은 행복하게 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일부러 고생시키는 남편을 무의식적으로 선택하기까지 합니다.
엄마가 불행한 가정에서 자란 아들은 아내의 행복한 모습에서 왠지 불쾌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가정을 불행하게 만들게 됩니다.

사실 저는 이전 교회에 처음 참석하게 되었을 때, 목사님을 많이 의심했습니다.
우리 아빠도 밖에서는 아주 좋은 분이셨으니까요.
‘목사님도 가정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을지 몰라…….’ 그렇게 생각한 거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 목사님의 자녀들을 잘 알게 된 다음에는 저의 잘못된 오해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목사님이 저와 비슷한 환경 속에서 자라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오히려 목사님이 존경스러웠습니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궁금하였습니다.  

목사님께서 하나님을 통해 성인아이 상처로부터 자유를 얻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저 또한 하나님을 잘 알고 싶어졌습니다. 하나님을 알고 공부를 하면서 어느새 저는
저와 같은 성인아이들을 상담하는 카운셀러가 되었습니다.  
카운셀러가 되기까지의 그 길은...  내려놓는 작업의 연속이었습니다.
제 자신의 힘을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맡기는 작업이었고, 하나님이면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 훈련이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의 고생들까지도 하나님의 훈련이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면 우리 부모님도 역시 건강하지 못한 집에서 자라신 분들이었습니다.
저도 제 문제를 깨닫지 못하고 자녀를 낳았더라면, 오히려 더 심각한 성인아이를 만들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성인아이라는 것을 깨달았어도 하나님을 몰랐으면,
성인아이가 갖고 있는 열등감이나 죄책감 같은 여러 문제들을 바꿀 수 없었을 겁니다.
육체의 아버지는 미숙했지만, 저를 만드신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때
저에게 부족함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뻤습니다.
저의 경험을 가지고 상처 입은 영혼들을 만져주고, 또 그런 슬픈 아이가 자라지 않게 제 경험들을 나누는 것이 제 사명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역기능 가정에서 자라면서 미치지도 않고 죽지도 않았던 사람을 서바이벌에서 살아남은
‘사바이바’라고 부릅니다. 역기능 가정이라는 서바이벌에서 살아남은 사람이라는 뜻이지요.
저도 역시 '사바이바'입니다.
제가 보면 같은 사바이바는 금방 압니다. 제 눈에는 울고 있는 아이로 보이고, 교회 안의 어떤 형제자매들보다도 더 친밀감을 느낍니다.

우리 시어머님도 성인아이셨는데 옛날에는 무서웠고 섭섭했던 분이 지금 제 눈에는 예쁜 5살 아이로 보이고, 당연히 그런 엄마 밑에서 자란 저희 남편도 성인아이로 보입니다.
같은 성인 아이인데도 긴 시간 동안 왜 이럴까… 해서 이해 못 한 부분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것도 하나님이 언젠가 해결해 주실 거야,  
그리고 저보다 크게 써 주실 날이 올 거야… 하고 믿고 있습니다.

혹시나 주위에 반항기가 없던 아이가 있다면, '우리 아이는 손이 안 가는 아이'라고 기뻐할 일이 아닙니다.
결국 그 한이 가정폭력이나 학교를 안 간다거나 어떤 증세로든 나타나게 됩니다.
그때 아이들이 부모의 문제를 대신해서 눈에 보이게 해준 것입니다.
말하자면 조금씩 지금까지 쌓인 예금이자를 내는 것이지요.
그런데 깨닫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제 만기가 되가지고 어느 날 갑자기 그 부모가 가장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데려와서 이 사람이랑 결혼하겠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저와 같이요.

그렇게 생각할 때 한국에 시집온 여자들 중에 제가 도와야 될 사람이 정말 많겠습니다.
저의 꿈은 제가 그런 여성들을 돕고, 남편이 그 남편들을 돕는 일을 같이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될 날이 올 것입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계획이라고 믿으니까요.

제가 하나님을 알게 된 후, 가장 마음에 들어 붙잡았던 구절이 고린도전서 10장 13절입니다. 그 약속 때문에 지금까지 여기서 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살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