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사이란 그런 것이다
2012.12.17 17:43
부부 사이란 정말이지 오묘한 관계다.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 부부 사이의 관계가 아닐까?
그렇게 가깝고 친밀하다가도 한 순간에 남남처럼, 아니 원수처럼 변할 수 있는 것이 부부 사이다. 또 그렇게 원수처럼 등을 돌리며 다시는 보지 않을 것 같아도, 단 한 순간에 '한마음, 한 몸'이 될 수 있는 것이 부부 사이다. 부부 사이란 그런 것이다.
한 부부의 사연을 들은 적이 있다.
부인은 누가 보더라도 품위 있고 단정한 집사로서, 이제 중년의 나이를 넘어서 노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부인이 하루는 제자훈련을 하는 자리에서 그만 울음을 터뜨렸다. 울음은 이내 통곡으로 변했다. 말 못할 사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집에 사는 남편과 이십 년 넘게 각방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유인즉 젊은 시절 남편이 외도를 했는데, 그 일로 인해 부인은 남편과의 잠자리가 심적으로 불가능해져 버렸다. 남편이 가까이 오면 마치 벌레가 기어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날 부인은 통곡과 함께 결심을 했다. 다음 주까지 남편과 각방을 끝내고 합방을 하겠노라고.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일까? 이십 년 넘게, 그 오랜 세월 각방 생활을 하던 부부가 어떻게 한 주 만에 합방을 할 수 있을까? 이것이 의문이었다. 부인은 비장한 결심을 했다. 손자와 함께 자는 남편의 방을 열고 들어가 손자를 내보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남편 옆에 조용히 누웠단다.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십 년이 넘는 단절의 유리벽이 버티고 있는 것을 알지만 용기를 낸 것이다. 남편은 숨을 죽이고 아무 말도 없이 부인의 용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이십 년이 넘는 단절의 유리벽이 허물어지게 된 것이다.
다음 날 아침, 평소와 같이 부인이 빨래를 이고 옥상으로 올라가려는 순간이었다. 남편이 화들짝 놀라면서 "이 무거운 빨래를 직접 들고 가면 어떻게 하느냐?" 사랑의 핀잔을 퍼부으며 부인의 빨래를 덥석 빼앗는 순간, 부인은 그만 주저앉아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수십 년 만에 남편의 따뜻한 사랑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날 남편은 돼지고기를 직접 사 와서 부인 앞에서 고기를 굽더란다. 그러면서 "당신 오래 살아야 해!" 남편의 말에 또다시 부인의 마음에 감동이 밀려왔다. 부인은 제자훈련 모임에 와서 지난주의 일을 간증하며 다시 한 번 대성통곡을 했고, 모인 자리는 눈물바다가 되었다.
하나님과 우리 자신은 분명히 한집에 사는 영적 부부 사이다. 그러나 완전히 남남처럼 단절되어 사는 것, 이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것도 충분히 오랫동안 말이다.
그렇지만 반대로 그렇게 오랜 세월 남남처럼 지낸 사이지만 그 오랜 세월 단절의 벽이 단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부부 사이에는 이것이 가능하다. 이것이 부부다.
하나님께 나아가기 민망할 정도로 멀어져 있어도, 이것을 생각하며 오늘 한번 용기를 내보면 어떨까?
* 2012. 8. 6 국민일보에 실린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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