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예수의 삶을 살겠습니다 - 엄진복
2011.12.19 14:40
작은 예수의 삶을 살겠습니다
안수현, 이기섭 저, 「그 청년 바보의사」(아름다운사람들)를 읽고
이 책은 2006년 1월, 33세의 나이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입은 의사, 안수현 형제의 글과 그를 추모하는 사람들의 글을 함께 엮은 것이다. 청년 바보의사 안수현, 그가 유행성 출혈열로 갑자기 죽게 된 후에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떠올렸다. 병원의 많은 환자, 매점에서 일하는 아주머니, 동료 의사 등 그의 사랑을 받은 수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며 아쉬워했다. 누군가 말했다. 죽음 이후에 자신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다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그는 짧은 인생을 살았지만, 누구보다도 값진 인생을 살았다.
작년에 이 책을 먼저 읽은 남편이 ‘목회자가 아니지만 목회자적인 삶을 살았던 평신도이자, 하나님 앞에서 목회자로서의 자세를 돌아보게 하는 사람, 목회자를 부끄럽게 만드는 평신도’라며 나에게도 읽어 볼 것을 권했다.
예수의 흔적을 좇아 달려가는 삶
내과 전문의였던 안수현 형제는 한밤중이면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 자신이 돌보는 환자들의 손을 살며시 잡고, 예수님을 알지도 못하는 환자가 깰세라 아주 조그마한 목소리로 “여호와 라파, 치료의 하나님…”으로 기도를 하고 조용히 나가곤 했다. 동료 의사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도 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긴 병(炳)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오랜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가족들도 지치기 마련이지만 그는 가족들도 줄 수 없는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었으며 예수님만이 그 사랑을 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환자들의 육신의 질병뿐만 아니라, 상처 입은 마음을 치료해 주는 참의사였다. 예수님을 모르는 환자들도 그의 진실한 마음과 정성을 보고 그가 믿는 하나님을 믿고 싶다고 했다.
또한 그는 자신이 받은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를 유통하는 거룩한 유통업자였다. 누군가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조금 유별나다 싶을 정도로 신경을 써주었고 만나는 사람마다 그 사람에게 필요한 책이나 음반을 선물해 주었다. 그 선물들은 받은 사람의 인생에 큰 획을 긋거나 상처를 치유하거나, 사랑의 물줄기를 터트려 다른 곳으로 흘러가게 했다. 그는 박사학위를 통과하느라 힘들어하던 친구를 여의도 한강의 불꽃놀이에 데리고 가는 특별한 선물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진심으로 베푸는 사랑의 기쁨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결같이 주기만 하는 그를 바보라고 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후배의 집에 찾아가 아무 말 없이 “God with us”를 함께 보기도 했다. 그는 어느 곳에서든지 약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보고 먼저 찾아가 사랑의 처방전을 내렸다. 그가 내리는 처방은 누가 봐도 최고의 명약이었다.
그는 항상 하나님 앞에서 친밀함과 경외감, 두 기둥을 삶의 축으로 삼았다. 그의 삶의 열매는 항상 하나님께 집중하는 건강한 두려움이 있었다. 의약 분업 사태로 전국의 의사들이 파업할 때, 동료의사들의 눈과 평가를 무서워하지 않고 환자들 곁에 남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사람 가운데 작은 예수가 되고자 예수의 흔적을 쫓아 달려가는 삶을 살았다. 그래서일까? 그는 예수님과 비슷한 나이 서른셋에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아직도 그의 미니홈피에는 그를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글을 남기고, 그가 쓴 글을 읽고 위로를 받으며 삶의 제자리로 돌아가곤 한다. 세상에 부재중인 그가 이 책을 통해 남긴 흔적은 우리가 하나님 앞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많은 도전을 준다.
온전한 섬김의 삶을 다짐하며
중학교 2학년 무렵이었다. 가까이서 신앙을 지도해 주시던 목사님께서 사모의 길을 가길 권면하셨다. 그러나 나 자신의 부족함을 알았기에 그 길은 아무나 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목사님의 말씀은 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고, 대학시절 선교단체(C.C.C)훈련을 받으며 진로를 위해 기도할 때마다 ‘사모의 길을 가라’는 그 말씀이 더욱 강하게 마음속에 다가왔다. 그래서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께서 나를 사모로 부르셨다면, 평범한 한 남자의 아내이면서 동시에 한 목사님의 돕는 배필로 기도하는 사모, 영혼을 사랑하는 사모, 영혼을 살리는 사모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나 정작 사모가 되어 남편을 내조하고 세 아이를 양육하는 사이, 대학시절의 첫 각오와 다짐이 많이 퇴색되었음을 느낀다. 사모는 기도, 섬김, 헌신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안수현 형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준 세심함과 배려, 사랑을 나도 가져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이 책을 읽기 얼마 전 나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집 여성분에게 복음을 전하고 우리 교회로 인도했다. 그러나 그분은 어린아이가 둘인데다 교통편도 불편하여 아이들을 데리고 교회에 오기가 힘이 들었다. 교회로 인도하기로 한 날, 내 차로 모시러 갈 것을 약속했다. 그분은 미안한지 혼자 오겠다고 했지만 혼자 교회에 와서 낯선 사람과 대면하고 낯선 교회 환경과 접하게 될 것을 생각하니, 수고스럽더라도 내가 직접 인도해 주는 편이 나을 것 같아 그리했다.
문제는 인도한 그다음 주였다. 주일이 다가오자 마음에 부담이 생기기 시작했다. 워낙 주일 예배드리기 전에 분주한 것이 싫었던 나는 아이들이 성가대 연습을 나갈 때 함께 교회에 일찍 도착해 기도하며 예배를 준비해 왔었고, 그 시간이 무척 좋았다. 그런데 매주 그분을 태우러 갔다가 교회까지 인도를 해 드리자면 그동안 예배의 경건함과 은혜의 시간을 위해 내가 가질 수 있는 시간을 포기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 시간을 포기하려니 마음에 갈등이 되었다.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나?’, ‘일단 교회로 인도한 것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을 다 한 것 아닌가?’, ‘하나님과 갖는 그 시간을 희생하면서까지 수고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저런 많은 생각들이 스쳤다.
내 마음속에 이런 갈등이 있을 무렵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것저것 재어보지 않고 온전히 섬기는 형제의 삶을 보면서 여전히 포기하지 못한 이기적인 내 모습이 참으로 부끄러웠다. 이제는 내 위주가 아닌 주님이 원하시는 그곳에 내 마음을 내려놓고 반쪽짜리 섬김이 아닌 온전한 섬김을 살고 싶다.
더 진실한 사랑과 헌신으로
지금의 내 사역을 다시 점검해 보게 된다. 나는 현재 교회에서 사모사랑방 순장 외에 전도폭발 훈련자로 섬기며 두 분의 훈련생 집사님들과 함께 관계 전도로 복음을 전하는 사역을 하고 있다. 사역과 가사의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지금까지 전도대상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결신(結信)하는 데만 집중해왔다. 전도대상자들이 주님을 만나도록 기도는 했지만 정작 그들과 깊은 교제를 나누거나 양육을 하지 못한 채, 피상적이고 형식적인 만남을 이어온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안수현 형제가 자신에게 맡겨진 영혼들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그들 스스로 달란트를 살려 주님 앞에 봉사자와 사역자로 홀로 설 수 있을 때까지 곁에서 돕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많은 영혼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지금까지 본능적으로 나 자신에게만 집착했던 좁은 시야와 이기적인 모습을 회개했다. 이제부터는 나에게 맡겨진 한 영혼 한 영혼을 더 진실한 사랑과 헌신으로 섬길 것을 다짐해 본다.
요한복음 15장의 포도나무 비유의 말씀이 떠오른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라”(5절) “너희가 열매를 많이 맺으면 내 아버지께서 영광을 받으실 것이요 너희는 내 제자가 되리라”(8절)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 땅에서 나름대로 열매를 맺고 살아가고 있다. 말의 열매, 섬김의 열매, 행동의 열매 등 여러 종류의 열매들이 있다. 안수현 형제는 포도나무에 잘 붙어 있는 가지였다. 그는 포도나무이신 예수님과 잘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의 삶에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많은 열매를 맺으며 살았다. 나 또한 포도나무에 잘 붙은 가지가 되어 나의 삶에 주님이 기뻐하시는 선한 열매를 풍성히 맺으며 주님이 쓰시기에 합당하고 순전한 도구가 되기를 다짐해 본다.
글/ 엄진복 사모
남편 주칠용 목사(대구동신교회 행정목사)와의 사이에 2녀1남의 자녀를 두었으며, 대구동신교회 사모사랑방 순장과 전도폭발 훈련자로 섬기고 있다.
남편 주칠용 목사(대구동신교회 행정목사)와의 사이에 2녀1남의 자녀를 두었으며, 대구동신교회 사모사랑방 순장과 전도폭발 훈련자로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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