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나를 향한 하나님의 타이밍 - 박미자 사모 (구항교회)
2019.02.21 18:45
나를 향한 하나님의 타이밍
- 오스 힐먼의 『하나님의 타이밍』을 읽고-
박미자 사모 (구항교회)
역경의 구덩이가 없는 사람은 없다. 또 그 역경의 구덩이는 저마다 다르다. 지금까지 나의 삶과 사역의 현장에서도 수많은 모양의 문제와 고난을 보았다. 그때마다 많은 고통과 혼란을 겪는다. 그리스도인으로서 그 역경의 구덩이에 빠질 때마다 하나님을 부른다. 혹 내 소리가 작아 듣지 못하시면 어쩌나 불안한 마음에 목청을 높인다. 그리고 하나님의 긍휼과 도우심을 간절히 구한다. 하나님께서는 왜 우리에게 이런 불편하고 소모적인 일을 하게 하실까? 구덩이에 빠졌다 나왔다가 반복된다. 과연 이것이 전부일까? 아니다. 하나님은 결코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괜한 심술을 부리거나 억울하게 하지 않으신다. 『하나님의 타이밍』은 역경의 구덩이의 의미를 다시 한번 분명하게 알게 해 준다.
‘요셉 소명’ 렌즈로 보기
이 책의 저자인 오스 힐먼은 잘 나가는 CEO였고, 교회에서도 성경 공부를 인도하는 신실하고 모범적인 크리스천이었다. 그런데 어느 한순간 가정생활에 금이 가고, 믿었던 동료이자 신앙의 동역자로 힘든 시기에 함께 기도하던 동료에게 배신을 당하게 된다. 그로 인해 사업이 무너져 내리고 재정적인 어려움이 찾아왔다. 7년간의 아골 골짜기(고난)가 시작되었다. 이때에 한 사람(군나르 올슨)을 만나 하나님이 사용하기 원하시는 사람들의 동일한 패턴에 대해 듣게 된다. 그것이 바로 ‘요셉 소명’이다. 하나님은 요셉에게 꿈을 꾸게 하신다. 하지만 형들에 의해 애굽의 노예로 팔려 가고 계속되는 억울함과 누명으로 감옥에까지 갇히면서 그 꿈은 죽은 듯이 보였다. 그러나 요셉을 연단시킨 하나님은 결국 그 꿈을 변화된 요셉을 통해 이루신다.
이와 같은 패턴을 알게 된 저자는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하고 마침내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을 삶 속에서 보게 된다. 우리는 고난이나 역경이 닥쳐오면 의기소침해져서 무기력하게 되기 쉽다. 고난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문제에 짓눌려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피하기에 급급할 것이다. 저자는 ‘요셉 소명’의 렌즈를 통해 그의 역경을 본 순간 관점은 완전히 바뀌었다. 더 이상 자신을 하나님께 버림받은 실패자로 보지 않게 된 것이다. 역경이 지도자의 인격을 세우고 지혜를 구비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하나님은 사람들의 삶 속에서 이 역경을 선용하시는 것과 하나님의 회복케 하심 그리고는 완전히 새로운 삶의 이유(사명)를 깨닫도록 해 주신 것을 고백한다.
나를 향한 하나님의 타이밍
나는 이 책을 통해 이스라엘과 세상을 흉년 가운데서 구하기 위해 요셉을 구비시키신 것처럼 지극히 작은 나에게도 동일한 뜻 가운데 인도하셨음을 깨닫는다. 돌아보면 지금까지의 사역의 여정 가운데 크고 작은 역경이 있었다. 하나님은 그 과정을 통해 나를 넓히시고 더 굳건하게 하셨다. 다시 한번 그 여정을 더듬어 본다.
1998년 12월 큰아이가 네 살, 작은아이를 막 출산하면서 충남 홍성에 교회를 개척했다. 아무런 연고도 없던 곳이다. 쉽게 생각했다. 도시 목회를 생각하던 남편은 이곳에서 3, 4년 경험도 쌓고 교회가 세워지면 도시로 가서 본격적인 목회를 하려고 계획했다. 나름 거창한 개척예배를 드리고 우리 가족끼리의 예배가 시작되었다. 한두 달이 그렇게 지나갔다.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남편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일주일간 금식기도에 들어갔다. 남편은 유독 배고픔에 민감해서 일주일 금식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더 긍휼히 여겨 주셔서일까 놀랍게도 금식 마지막 날인 주일 예배를 드릴 때 한 영혼을 보내 주셨고 첫 성도가 되게 하셨다.
나름대로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막상 교회를 개척하고 보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우리 부부는 젖먹이 아이를 교대로 돌보면서 땅 밟기를 시작하고 전도지를 나누며 전도를 했다. 성도가 없으니 전도밖에 할 것이 없었다. 얼마 후 고등학생들을 만나게 되고 예배에 많은 학생들이 참석하게 되었다. 아동부도 매주 토요일마다 전도하는 가운데 예배가 시작되었다. 독실한 불교 신자 할머니의 반대로 예배하지 못했던 어린이가 기도 응답으로 마음껏 예배할 수 있게 되었다. 하나님 은혜 가운데 아동부, 중고등부, 장년부가 함께 채워져 갔다. 작은 교회에 풍성한 은혜를 주셨다. 성도들을 소그룹 성경공부와 일대일 제자 양육을 통해 훈련했다. 함께 먹고 전도하고 교제했다. 큰 교회에서 부사역자로 사역할 때 느낄 수 없었던 친밀함이 있었다. 마치 초대교회 같았다. 우리 부부는 계속되는 부흥이 있을 것을 기대하며 사역했다. 하지만 어느 시기에서부터는 정체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마음이 조급해지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는데 감당할 수 있는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사역은 느슨해지고 남편은 주님께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부부간에는 다툼이 생기고 때로는 상처가 되는 말들이 오가기도 했다. 피부가 약한 나는 스트레스로 손에 수포가 생겨 진물이 나고 피가 나서 밤에 잠을 자기도 어려웠다. 누구에게 마음 놓고 말할 수도 없고 그저 눈물로 주님께 기도했다. 그러던 중 어느 목회자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그곳에서 은혜를 받았다. 식사도 거르면서 주님께 집중해서 부르짖고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말씀을 주셨다.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롬 8:2),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 8:28).
집으로 돌아온 나는 남편을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해 주려고 노력했다. 내가 변하자 남편도 이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남편이 건강에 이상이 왔다. 몇 일간의 짧은 병원 생활을 마치고 퇴원을 했지만 후유증이 심했다. 대학병원에서 수많은 검사 결과는 어느 부분 하나 수치에서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사람보다 더 건강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몇 달 동안 불편함이 계속되었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심리적 불안증이었다. 지나고 보면 그때가 우리에게 고난을 허용하신 하나님의 타이밍이었다.
역경은 성숙의 길잡이
주님은 우리에게 역경을 통해 그동안 얼마나 어리석게 살아왔는지를 깨닫게 하셨다. 많은 것이 후회스러웠다. 다 지나가고 열매만 남는다는 것, 주님 주신 순간순간 그리고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절감했다. 다시 시작하는 것이 맞았다. 삶도 목회도 본질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마음에 새겼다. 그런 중에 현실적으로는 남편의 약함으로 심방도, 전도도, 무엇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우리는 그저 하나님 의지하고 기도하고 예배할 뿐이었다. 나는 남편을 대신해 예배마다 찬양을 인도하였다. 놀라운 것은 하나님은 그런 중에도 교회가 부흥케 하셨다. 예배마다 하나님의 임재가 있었고 그 약한 말씀을 통해 큰 은혜를 주셨다. 그때 철저하게 깨달은 것이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신다는 것이다. 고난의 때에도 주님은 다양한 통로를 통해 힘을 공급해 주셨다. 특별히 좋은 믿음의 만남들을 주셨다. 한 집사님을 통해 받은 찬양 CD와 우리 부부의 예쁜 옷 선물도 큰 위로가 되었다.
그때를 계기로 정말 많은 것이 변했다. 남편은 자기 힘을 뺄 줄 알게 되었다.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자유하고 평안하고 건강해졌다. 그때부터 시작된 나의 찬양 인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너무나 소중한 사역이다. 또 그때의 기도 훈련을 통해 연약한 성도들을 격려하며 함께 기도하는 사역을 한다. 역경을 못 견디고 신앙을 포기하려던 한 성도가 있었다. 그를 권면해서 한 달 작정기도를 하게 되었다. 한 달이 두 달이 되고 두 달이 일 년이 되어 그분이 기도의 사람으로 세워지는 것을 경험케 하셨다. 시련은 하나님과 동행하는 정상적인 행보의 일부분이다. 예수님은 십자가의 어둠을 지나기 전에 제자들에게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요 16:33b)고 말씀하셨다.
주님 은혜 속에서 행복하게 목회할 수 있었다. 작은 규모지만 교회는 알차고 든든하게 세워졌다. 그렇지만 늘 아쉬움이 있었다. 아무래도 개척한 교회다 보니 지나치게 목회자 중심의 교회를 벗어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어느 때가 되니 하나님께서는 새로운 길을 여셨다. 우리는 18년 동안 사역했던 교회를 떠나 새로운 교회에 부임해 지금 1년 8개월째 사역하고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변화와 열매들을 주셨다. 지나온 시간 준비해 주신 만큼 잘 쓰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많은 부족함이 있고 변화되어야 할 부분들이 있다. 그래서 주님은 지금도 내일의 ‘하나님의 타이밍’을 위해 오늘 훈련의 시간들을 갖게 하신다. 불편함도 주시고 어려움도 허락하신다.
저자의 고백처럼 우리의 삶은 광야의 시간처럼 무엇이 앞에 놓여 있는지 다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고통의 과정을 겪으면서 하나님을 더욱 사랑하게 된다. 성경은 “그가 아들이시면서도 받으신 고난으로 순종함을 배워서 온전하게 되셨은즉”(히 5:8~9)이라고 말한다. 그분은 고난을 활용하여 우리로 하여금 그분을 더 깊이 신뢰하며 의지하도록 이끄신다. 이제 나는 어떤 상황들도 하나님의 계획하심 가운데 준비시키시는 손길이라는 것을 믿는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님의 타이밍’을 기다리며 그 인도하심을 기대한다.
글/박미자 사모
충남 홍성군에 구항교회(기독교한국침례회)를 섬기는 이붕호 목사의 아내이며 1녀 1남의 자녀를 두었다. 교회 내에서 찬양 인도와 중보기도 사역으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