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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등장하는 어머니 이야기



- 홍창민 목사(전주드림교회)


<들어가는 말>

흔히들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모성애(母性愛)는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 강하고 위대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자녀를 향한 어머니의 사랑보다 숭고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러기에 자녀는 어머니의 사랑을 통하여 하나님의 사랑을 피부로 느끼며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 시대에 신앙적으로 바람직한 어머니의 모습은 무엇일까요? 성경에 등장하는 몇몇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하여 바람직한 어머니상을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어머니의 다양한 역할>
창세기에 보면 하나님께서는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아시고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로서 여자를 만드셨습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이르시되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 하시니라”(2:18). 이 구절에 등장하는 사람이라는 히브리어 단어는 남자로도 번역이 가능합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정말 남자는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않습니다. 여자는 얼마든지 혼자 살 수 있지만 남자는 그렇지 못합니다. 만약 하나님께서 여자를 먼저 만드셨다면 굳이 돕는 배필로서 남자를 만들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남자를 먼저 만들고 돕는 배필로서 여자를 만드셨습니다. 이 얼마나 다행인지요?
일반적 가정에서의 부부는 돕는 배필로 살아가지만, 목회자 부부는 돕는 배필 그 이상으로 동역하는자입니다. 다시 말해서 한국 교회에서 목회자 사모는 단순히 아내로서 내조하는 수준을 넘어서 목회자와 함께 동역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가정에서 자녀를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해야 하며, 심지어 자립하지 못한 도시 교회의 경우에는 생활을 위하여 직장을 다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렇게 사모가 삼중, 사중의 역할을 감당하다 보면 교회는 교회대로, 가정은 가정대로 여기저기서 문제가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더더욱 목회자가 목회 사역에 진력하다 보면 가정의 모든 대소사나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언제나 사모의 몫으로 남게 됩니다. 그러기에 목회자 가정의 자녀들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자라게 되고, 결과적으로 자녀의 인격 형성에 아버지보다는 어머니가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만큼 목회자 사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자녀의 신앙교육에 실패할 때>
사무엘은 어머니 한나의 기도로 태어난 아들로서 사사 시대와 왕정 시대를 잇는 위대한 지도자입니다. 구약에서 유일하게 사사()와 제사장과 선지자로서 세 가지 직책을 수행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한나는 하나님께 서원한 대로 어린 사무엘을 젖 떼자마자 실로에 있는 엘리 제사장에게 맡겼고 사무엘은 그때부터 성전에서 자라게 됩니다. 당시 엘리의 아들들인 홉니와 비느하스가 불량자로서 악행을 저지른 반면에, 사무엘은 여호와와 사람들에게 은총을 받으며 자라납니다. 어릴 때부터 부모를 떠난 사무엘이 그토록 위대한 인물로 자랄 수 있었던 이유는 모든 것이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였다는 것 외에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장성한 사무엘의 가정입니다. 성경은 그의 자녀들에 대하여 이렇게 기록합니다.사무엘이 늙으매 그의 아들들을 이스라엘 사사로 삼으니 장자의 이름은 요엘이요 차자의 이름은 아비야라 그들이 브엘세바에서 사사가 되니라 그의 아들들이 자기 아버지의 행위를 따르지 아니하고 이익을 따라 뇌물을 받고 판결을 굽게 하니라”(삼상 8:1~3). 결국 이스라엘 장로들은 사무엘을 찾아와 하나님의 뜻에 거스르는 왕의 제도를 요구하게 되었고 이후 이스라엘은 사울을 초대 왕으로 세우면서 왕정 시대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렇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사무엘의 아들들이 사사로서 부적격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그토록 위대한 사무엘의 가정에 이스라엘 장로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아들들이 나타나게 되었을까요? 물론 성경은 여기에 대하여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몇 가지 원인들을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사무엘은 어릴 때부터 부모를 떠나 제사장의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부모의 세심한 사랑과 역할이 무엇인지 보고 배우며 경험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것은 사무엘의 인격 형성에 커다란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사무엘의 사역은 일종의 순회 사역입니다. 사무엘은 해마다 벧엘과 길갈과 미스바를 순회하면서 이스라엘을 다스렸고, 사역을 마치면 라마에 있는 집으로 돌아오곤 하였습니다. 사무엘의 입장에서 보면 자녀들을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며 본을 보일 겨를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무엘의 자녀들 문제는 사무엘의 아내가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잘 감당하지 못한 결과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사무엘 가정의 문제는 오늘날 목회 사역에 바쁜 나머지 가정과 자녀를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는 한국 교회 목회자들에게 커다란 도전이 되기도 합니다.


<자녀를 향하여 애절한 사랑을 품으라>
리스바는 이스라엘 초대 왕인 사울의 첩으로 알모니므비보셋이라는 두 아들을 낳았습니다. 후에 그녀의 두 아들은 단순히 사울의 후손이라는 것 때문에 다윗은 기브온 사람들이 요구한 대로 그들을 나무에 매달아처형합니다. 두 아들을 지키지 못한 어머니 리스바는 아들들이 처형당했던 언덕에 올라가 나무에 달린 아들들의 시체를 지키기 시작합니다.아야의 딸 리스바가 굵은 베를 가져다가 자기를 위하여 바위 위에 펴고 곡식 베기 시작할 때부터 하늘에서 비가 시체에 쏟아지기까지 그 시체에 낮에는 공중의 새가 앉지 못하게 하고 밤에는 들짐승이 범하지 못하게 한지라”(삼하 21:10).
그것도 하루나 이틀이 아닙니다. 그녀의 아들들이 처형을 당한 것은 곡식을 베기 시작한 첫날이었는데 후에 비가 내린 것은 그로부터 약 6개월 후입니다. 그렇다면 리스바는 6개월 동안 아들들의 시체를 지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시체가 6개월 동안 나무에 달려 있었다면 그 모습은 보기에 흉할 정도로 뼈만 남았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곳에 가까이 가지도 않았을 것이고 오히려 그곳을 피하여 다녔을 것입니다. 그러나 리스바는 그 곁을 지키고있었습니다. 왜요? 그들의 어머니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리스바의 애절한 이야기는 주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듣는 이들을 감동시켰습니다. 결국 다윗 왕도 리스바의 이야기를 듣고 크게 감동한 나머지 사울 왕 부자와 나무에 달려 죽은 자들의 유골을 거두어서 성대하게 장례를 치러줍니다. 그랬더니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에 자비를 베푸사 비를 내려 주셨습니다. 한 어머니의 애절한 사랑이 아들들의 죽음을 욕되지 않도록 만들었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이스라엘 땅에 기근을 멈추게 하였습니다.


<부모의 신앙은 자녀에게 이어져야>
일반적으로 경건한 부모에게서 경건한 자녀가 나타난다고 말합니다. 확률적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자녀들은 경건한 부모의 모습을 그대로 보고 배우면서 자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반드시 그러한 등식이 성립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경건한 부모에게서 불신앙적인 자녀가 나타날 수 있고, 불신앙적인 부모에게서 신실한 신앙을 가진 자녀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자녀들은 부모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다만, 부모는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그 역할을 수행할 따름입니다.

선지자 이사야가 하나님으로부터 소명을 받고 사역할 당시, 유다는 여러 왕들이 통치하였습니다. 먼저 웃시야는 유다의 10대 왕으로 52년 동안 통치하였는데 처음에는 여호와 보시기에 정직히 행하여 선정을 베풀었지만, 말년에는 교만하여 스스로하나님께 분향을 하려다가 나병에 걸렸고 별궁에 거하다가 죽었던 왕입니다.

다음 왕인 요담은 아버지 웃시야의 행위대로 여호와 보시기에 정직하게 행하였으나 16년의 재직 기간 중에 여호와의 성전에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아버지 웃시야가 하나님께 대한 열심으로 성전에 들어가 분향하다가 나병이 걸리는 것을 직접 목격하였기 때문입니다. 요담의 아들 아하스는 아버지와는 달리 우상숭배를 시작하여 바알들을 위한 신상을 만들고 온갖 푸른 나무 아래에 제물을 바치고 분향을 하였습니다. 쉽게 말해서 아하스는 그의 조상 다윗과 같지 아니하여 여호와 보시기에 정직히 행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아하스에게서 다윗 왕 이후에 가장 주목할 만한 개혁의 왕 히스기야가 나타납니다. 성경은 히스기야의 어머니 아비야를 짤막하게 언급합니다. 히스기야가 왕위에 오를 때에 나이가 이십오 세라 예루살렘에서 이십구 년 동안 다스리니라 그의 어머니의 이름은 아비야요 스가랴의 딸이더라”(대하 29:1). 히스기야의 어머니 아비야는 남편 아하스의 불신앙이 그녀를 힘들게 하였지만, 아들만큼은 믿음의 사람으로 키우기 위하여 늘 기도하면서삶으로 본을 보였을 것입니다. 그러한 어머니 밑에서 위대한 왕이 나타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히스기야의 가정에서 열왕 중에 가장 악하다는 므낫세가 등장하여 유다를 또다시 우상숭배에 빠뜨렸다는 것입니다. 부모의 신앙이 자녀에게 이어지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지만 실상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고, 반대로 문제 많은 가정에서 믿음의 사람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유다의 열왕들을 통하여 발견하게 됩니다.

 

<올바른 가치관 심어 주기>
아마 우리나라만큼 자녀에 대한 교육열이 높은 나라도 드물 것입니다. 이왕이면 자녀들이 성공하고 높은 자리에 앉기를 바라기에 부모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희생합니다. 신약에 등장하는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인 살로메도 그중의 한 사람입니다. 예수님께서 장차 다가올 십자가 사건을 이야기하였을 때 그녀는 두 아들을 데리고 예수님께 나아와 간청합니다.나의 이 두 아들을 주의 나라에서 하나는 주의 우편에, 하나는 주의 좌편에 앉게 명하소서”(20:21).

살로메의 간청은 제자들 사이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고 결국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진정으로 크고자 하는 자는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하고,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교훈하였습니다. 이러한 교훈은 일반적으로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치관과는 사뭇 다릅니다. 다른 사람을 섬기는 자나 종이 어떻게 크고 으뜸이 된다는 것입니까? 그러나 적어도 하나님 나라의 백성들은 그렇게 살아야 하고 그러한 자가 되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신앙의 부모들이 세상의 가치관을 가지고 자녀를 가르치며 몰아가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이것은 부모나 자녀 모두에게 비극입니다. 부모는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자녀를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해야 하고 하나님 나라의 주인공으로 세워야 합니다. 내 자녀이기 이전에 하나님께서 맡기신 자녀라는 것을 생각할 때 무엇보다 자녀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철저한 신앙교육의 결과>
디모데는 신앙의 가정에서 자라나 바울의 사역을 이어받은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바울은 믿음의 아들 디모데에게 두 번째 편지를 쓰면서 그의 신실한 믿음이 외조모 로이스와 어머니 유니게로부터 온것임을 언급하고 있습니다.이는 네 속에 거짓이 없는 믿음이 있음을 생각함이라 이 믿음은 먼저 네 외조모 로이스와 네 어머니 유니게 속에 있더니 네 속에도 있는 줄을 확신하노라”(딤후 1:5). 우리가 아는 대로 디모데의 아버지는 헬라인이었기에 요즈음으로 말한다면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자입니다.

그러한 디모데가 신실한 신앙 안에서 성장하여 회심하고 바울의 사역에 동역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그의 외조모와 어머니의 철저한 신앙교육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바울도 디모데에게 성경에 대하여 교훈하면서 그러한 사실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너는 배우고 확신한 일에 거하라 너는 네가 누구에게서 배운 것을 알며 또 어려서부터 성경을 알았나니 성경은 능히 너로 하여금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에 이르는 지혜가 있게 하느니라”(딤후 3:14~15).

이처럼 디모데가 신실한 목회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표면적으로는 바울을 만났기 때문이겠지만, 그 이전에 외조모 로이스와 어머니 유니게가 가졌던 신실한 믿음이 그대로 디모데에게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의 신앙이 자녀들에게 그대로 나타나게 될 때, 그 신앙이야말로 진정으로 입증된 신앙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시대에 재미있는 현상 중의 하나는,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10대가 지나갈 때까지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인물이 거의 모두 여성이라는 사실입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가 보아도 거의 대부분이 여자 선생님입니다. 선진국이 될수록 어린 자녀들의 약 40%는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지 않은 상태에서 잠자리에 든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더더욱 심각한 것은 중산층 가정의 아버지가 자녀와 함께 보내면서 인격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하루 평균 10분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현대 가정에서 아버지의 권위나 역할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오늘날은 아버지 부재의 시대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어머니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너무나 중요합니다. 더더욱 목회자 사모라면 목회 사역
의 동역자로서, 목회자를 내조하는 아내로서, 자녀들을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는 어머니로서의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성경에 등장하는 다양한 어머니들의 모습은 목회자 사모들에게 좋은 모델과 도전과 경고가 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신앙의 어머니는 독생자를 아낌없이 우리를 위하여 내어주신 하나님의 사랑으로 자녀들을 가슴에 품고, 성경적인 가치관을 가진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양육해야 합니다. 그것은 자신과 가정을 위할 뿐만 아니라 장차 한국 교회와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입니다. 지금도 자녀를 위하여 눈물로 기도하는 어머니들을 힘껏 응원하며 축복합니다.

 

/홍창민 목사
총신대학교 기독교교육과, 대학원 및 신학대학원 졸업, 현재 전주드림교회를 담임하고 있으며 전북신학교 기독교교육과 학점은행제 강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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