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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2006.11.26 16:24

박현준

오정호 목사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몸은 쾌차하셨는지, 후유증으로 힘드시지는 않은지 걱정이 되네요
오늘 오랜만에 종교활동 시간이 주어져서 수원중앙침례교회에 다녀왔습니다. 가서 이영호 집사님도 뵙고, 추수감사절이라고 떡과 밥도 대접 받았습니다.
목사님께서도 아시겠지만 FTA 반대, 미군기지확장 반대 등으로 쉴새없이 이어지는 크고 작은 반대 시위에 많은 전경 의경들이 맞서고 있습니다. 목사님께서도 전경으로 군생활을 하셨으니 그 생활에 대해서 많이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자다가도 "비상출동" 이라는 말 한마디에 벌떡 일어나 정신없이 워커 신고 달려가야 하는 의경이라 종교활동 시간은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것이 저희의 생활입니다.
그런데 오늘 하나님께서 교회에 갈 수 있는 은혜를 주셨습니다.
오랜만에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니 어찌나 어색하던지..
특히 부대원들을 이끌고 가서 드리는 예배는 정말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기율과 군기를 잡는다고 거친 말을 내뱉고, 속으로 미워하며 지냈던 선임병과 후임병들이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에 서로 놀라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가슴 아팠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런 그들이 한 교회 안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그 중에는 사회 공기를 마시고 싶어서 나온 대원들도 있을테고, 어쩌다보니 그냥 나온 쫄병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런 그들이 찬양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전의경들에게도 찬양집회라도 한번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말하는 대원들을 보면서 하나님께서는 제가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사람의 마음을 감찰하시고 그 손을 쉬지 않으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나는 22개월동안 군생활을 하면서 과연 이 부대를 위해 얼마나 기도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사님께 이 말씀을 드리는 것은 목사님께서 저의 남은 군생활을 위한 기도를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리기 위함입니다. 그것은 궁극적으로는 저희 120여명의 1001중대 중대원들을 위한 기도이고, 전국에 퍼져있는 3만여명의 의경들을 위한 기도입니다.
과격한 시위문화에 젖어 엄격한 군기와 기율을 지켜가면서, 수많은 폭도들과 싸우고, 동시에 2년 동안 예배 한번 제대로 드리지 못하는 전의경들의 삶은 말 그대로 전쟁입니다.
이런 저희들의 삶을 지탱해줄 수 있는 것은 밖에 계신 부모님들과 교회의 강한 중보기도 뿐입니다. 만약 기도가 없다면 이곳의 수많은 젊은이들은 추수되지 못한채 밭에 버려져 썩어져가는 곡식처럼 세상의 방만함과 음란함에 썩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저도 지금까지 군생활을 하면서 기도하지 못했던 저의 나약함과 영적인 연약함을 회개하면서 남은 2개월을 기도로 보내려 합니다. 목사님, 함께 기도해주십시오.
목사님의 남다른 관심과 사랑에 감사드리며, 그리고 꼭 기도해주실 것을 믿고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