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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으로 훈련되는 사모

 

 

박희석 목사 (광주사랑의교회 담임)

     

 

 

사모도 훈련을 통해 성장해 나가야 한다

예수님께서 마지막으로 교회에 주신 명령은 가서 모든 민족으로 제자를 삼으라(28:19)”는 것이었습니다. 명령을 하셨다는 말은 뭔가 그 안에 부자연스러움이 있다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사람의 본성에 맡겨두어서는 예수님의 제자가 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제자를 삼는 일, 더 나아가 제자가 되는 일은 훈련을 통해서만 가능해집니다. 사모는 숨겨진 제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모가 된다는 것, 아름다운 사모의 역할을 감당한다는 것도 훈련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저의 아내가 담임목사의 사모 역할을 한 지 벌써 17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어디를 가도 사람들은 제 아내를 보고 어디를 봐도 사모님이시네요하면서 덕담을 건네고, 교회 성도들도 말없이 섬기는 제 아내를 한결같은 사랑으로 대해줍니다. 제가 지금까지 목회를 은혜롭게 해올 수 있었던 데에는 아내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제 아내는 사모 역할을 잘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괴롭다는 고백을 하곤 합니다.

과연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사모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담임목사 사모로서의 역할을 생각하다 보니 퍼뜩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자성어가 있었습니다. 과유불급이라는 단어입니다. 목회에 있어서 사모님의 역할은 모자라도 안 되고 너무 넘쳐도 안 된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모자라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게 사모역할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사모의 역할을 잘할 수 있을까요? 처음부터 제자로 태어나는 사람이 없듯이 처음부터 사모로 태어나는 사람도 없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의 참된 제자는 끊임없는 말씀훈련을 통해서 만들어지듯이 사모도 동일한 훈련을 통해서 성장해 나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목회의 동반자, 사모의 사랑과 희생

사모가 어떻게 말씀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를 생각할 때 아무래도 성경에서 그 모델을 찾아보는 것이 확실할 것입니다. 성경에서 사모의 역할을 훌륭하게 감당해 낸 여인을 찾을 수 있다면 그를 모델로 삼아 흉내라도 내보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인물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신 성경에 나오는 여인들 중에서 사모로서 항상 마음에 두고 묵상하면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은 누구일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문득 베다니의 마리아가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어느 날인가 십자가의 죽음을 며칠 남겨놓지 않고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던 길에, 베다니 나사로의 집을 방문하셨을 때의 일입니다. 제자들과 함께 식사하는데 느닷없는 마리아의 돌출행동을 경험하시게 됩니다. 마리아는 비싼 향유 한 옥합을 아낌없이 깨뜨려 예수님의 머리에 붓고 자신의 머리털로 예수님의 발을 씻습니다. 제자들의 비난이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그 일을 계속합니다. 마리아가 어떻게 그런 용기 있는 행동을 하게 되었을까요? 아무튼 마리아는 용케도 예수님의 마음을 읽어냅니다. 그리고 향유를 부음으로 십자가의 죽음을 앞에 놓고 계신 예수님께 적으나마 위로와 힘이 되고자 했습니다.

마리아가 보여준 행동 속에서 희미하게나마 사모의 역할에 대한 작은 교훈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십자가는 예수님만이 홀로 져야 하는 사명이었습니다. 아무리 마리아가 예수님을 사랑해도 십자가를 나누어질 수는 없었습니다. 목회도 십자가를 지고 가신 예수님의 뒤를 따르는 일입니다. 따라서 목회도 그 누가 대신할 수 없고 담임목사가 감당해야 할 궁극적인 소명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그 누구도 대신질 수 없었던 것처럼 아무리 사모라고 해도 목사님이 져야 할 목회사명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모의 역할은 어떠해야 할까요?

 

또 한 가지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십자가를 지시기 전날 만찬석상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십자가를 지시기까지 낮아지신 예수님 앞에서 누가 높은가를 놓고 제자들이 다투고 있습니다. 그 주옥같은 예수님의 가르치심을 3년이나 듣고 예수님께서 행하시는 그 숱한 이적들을 눈으로 보았지만, 그들은 예수님이 가시는 길을 알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볼 때 목회도 십자가의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를 아껴주시는 선배 목사님께서 이런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박 목사, 교인들은 흐르는 물이야.” 아무리 목사님 가까이에서 함께 교회를 세워나가는 중직자라고 하더라도 목회자의 마음을 이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목회를 하면서 참 평신도는 평신도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교회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버릴 수 있는 사람은 담임목사입니다. 이런 담임목사를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보고 아는 사람이 사모입니다. 목회가 얼마나 힘든 십자가의 길인지, 그 누구도 대신 가줄 수 없고 홀로 가야 하는 외로운 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모는 이러한 사명자의 고독과 희생을 끝까지 함께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사모의 역할은 어떠해야 할까요?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마리아로부터 사모로서의 역할에 대한 소중한 교훈을 얻습니다. 마리아는 예수님의 마음을 알았습니다. 예수님이 지고 가야 할 십자가가 얼마나 무거운지, 그 길이 얼마나 외로운 길인지를 알았습니다. 그러나 마리아가 예수님의 사명을 대신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리아는 예수님과 마음을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그 힘든 예수님의 마음을 읽어 드리고 조금이나마 예수님께 위로가 되기를 원했고 힘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향유를 아낌없이 예수님의 머리에 부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사모는 담임목사의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 주어야 합니다. 비록 목사님을 대신해서 목회할 수는 없지만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목회의 힘이 되어줍니다. 머리털로 예수님의 발을 씻겼던 마리아처럼 사모는 담임목사를 마음 다해 섬깁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도 위로와 힘이 필요했다면 연약한 질그릇과 같은 인간 목사는 더 말해서 무엇하겠습니까? 이 무겁고 외로운 목회의 길에서 함께 가면서 격려해 주고 힘을 실어 주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힘이 나겠습니까? 향유 한 옥합을 깨뜨려 예수님의 머리에 부었던 마리아처럼 목사님께 아낌없는 사랑과 희생을 드리는 것, 이것이 사모의 역할인 줄 믿습니다.

 

 

사모의 헌신은 오직 말씀훈련으로만 가능하다

이제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하나 드리고자 합니다. 마리아는 어떻게 그런 헌신을 예수님께 드릴 수 있었을까요? 향유를 붓는 사건이 있기 전 예수님이 마리아의 집을 방문하셨을 때의 일입니다. 예수님은 그 피곤한 사역의 일정 속에서도 잠시 시간을 내서 마음과 육신의 쉼을 얻고자 하실 때에는 나사로의 집을 방문하곤 하셨습니다.

마르다는 시장하셨을 예수님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느라고 분주했지만, 마리아는 예수님의 발 아래 앉아서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것을 더 좋아했습니다. 그는 마르다의 핀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예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바로 여기에 마리아가 향유 한 옥합을 깨뜨려 예수님의 머리에 부을 수 있었던 헌신의 비밀이 있습니다. 추측해보건대 그는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지만 왜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셔야만 했는지, 왜 십자가의 고난을 당하셔야만 하는지,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으로 자신을 포함한 모든 죄인들이 죄로부터 구원을 받는다는 천상의 놀라운 진리를 깨달았을 것입니다. 그 하늘의 계시를 깨달았기 때문에, 제자들이 보기에는 무모하기 짝이 없는 헌신을 예수님께 드릴 수 있었습니다.

 

 

마리아에게서 배우는 것이 무엇입니까? 사모로서의 헌신은 오직 말씀훈련으로만 가능하다는 진리입니다. 우리 안에는 예수님께 자발적으로 헌신할 힘이 없습니다. 따라서 좋은 사모가 되겠다고 스스로 발버둥을 친다고 해서 될 수 없습니다. 인간은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말씀을 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십자가의 비밀을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는 마리아처럼 예수님 앞으로 나아가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분 발 앞에 앉아 말씀을 들을 때 그 말씀이 우리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흠뻑 적십니다. 그리고 그 말씀에 사로잡힐 때 우리는 비로소 변화될 수 있습니다. 물론 성공한 교회 사모님으로부터 멋진 경험담을 듣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시중에 나와 있는 사모의 역할에 대한 책들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근본적인 본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은 오직 하나님 말씀밖에 없습니다. 사모로서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은 말씀으로 훈련될 때 생겨납니다.

 

성령의 역사하심을 힘입고 순종하는 사모

에스겔 36장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또 새 영을 너희 속에 두고 새 마음을 너희에게 주되 너희 육신에서 굳은 마음을 제거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줄 것이며, 또 내 영을 너희 속에 두어 너희로 내 율례를 행하게 하리니 너희가 내 규례를 지켜 행할지라(26-27).”

이 말씀은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최종적인 진단입니다. 이 말씀에는 진한 하나님의 아픈 마음이 녹아있습니다.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때로는 돌판에 말씀을 주시고 선지자들을 보내서 경고도 하시고, 심지어 나라를 잃는 극단적인 아픔마저 주시면서 우상을 버리고 하나님께로 돌아오기를 바라셨습니다. 그야말로 오랜 세월 동안 이스라엘을 기다리셨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너무 실망스러웠습니다. 하나님께서 내리신 결론은 이것입니다. “너희들 속에는 말씀에 순종할 힘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아무것도 너희들에게서 기대를 하지 않겠다고 하십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포기하지 않으시고 다시금 이스라엘을 회복시키십니다. 어떻게 시키십니까? 성령님을 보내십니다. 그래서 성령께서 죄인들의 마음에 임하셔서 직접 굳은 마음을 제거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주심으로 하나님의 법에 순종하게 만드시겠다고 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마리아처럼 하나님의 말씀 앞에 엎드리는 것입니다.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기록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때 성령께서 우리의 심령 가운데 역사하십니다. 굳은 마음을 제거하시고 부드러운 마음으로 바꾸어 주십니다. 그래서 말씀에 순종하게 만드십니다. 좋은 사모가 된다는 것은 우리의 바람이나 의지적 노력으로 되지 않습니다. 오직 성령의 감동으로 기록된 하나님 말씀의 능력에 사로잡힐 때 가능해집니다.

 

이러한 담임목사를 위한 사모의 헌신은 담임목사 개인을 향한 헌신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담임목사는 사모의 헌신을 자신의 것으로 취하지 않고 거기에 자신의 헌신을 더해서 고스란히 예수님께 드립니다. 바로 그 순간 사모님의 헌신은 예수님을 향한 헌신이 됩니다. 이 놀라운 영적인 원리를 통해서 교회는 세워져 갑니다. 마리아를 닮은 헌신을 통해 교회를 아름답게 세워나가는 사모가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박희석 목사

미국 Covenant 신학교 졸업(M.Div). 미국 Reformed 신학교 졸업(D.Miss). 현재 경기도 광주사랑의교회 담임목사이며 총신대학교 교수로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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