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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20기, 기지개를 켜다

2020.04.26 21:11

양병태 조회 수:639 추천:13

매월 말 토요일 새벽이 기다려진다.

설레는 모임이 있기 때문이다.

멤버가 스무 명이 넘는다.

구성원 나이가 40대 초반에서 50대 중반에 이른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한 달 동안 지낸 삶을 고백한다.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들으며 눈시울이 붉어진다. 함박웃음이 터진다.

울고 웃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시계가 세상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남자는 과묵해야 한다'라는 강박관념이 이 시대 남성들 입을 틀어막는다.

남편, 아빠들 대부분이 직장과 가정에서 하고 싶은 말을 삼킨다.

내가 속한 모임은 과묵과는 거리가 멀다.

마음껏 '남자들만의 수다'를 누린다.

한번 모이면 한 시간 반 정도 한 달 동안 살아온 삶을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한다.

한바탕 쏟아낸 후 2차로 설렁탕집으로 이동한다. 피날레 무대는 카페에서 장식한다.

새벽 6시에 모여 오전 9시 반까지 쉴 틈 없이 말한다.

며칠 굶은 아기 제비가 엄마에게 먹이 달라고 재잘대듯이.

직장, 사업장에서 집에 돌아온 남편이 말수가 별로 없는가.

그 모습에 속지 마라.

밖에서 남자들끼리 수다는 여자들 수다보다 몇 배로 시끌벅적하다.

남자도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쾌변처럼 한 번씩 쏟아내야 속이 후련해진다.

다시 힘을 낼 숨통이 트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삼 개월 동안 모임을 쉬었다.

멤버들 안부가 궁금해 미칠 지경이다.

털어내고 싶은 스토리가 '가슴 창고'에 빼곡히 쌓인다.

재고가 흘러넘쳐 폭발 직전이다.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된 분위기를 감지한다.

어제 번개 모임을 공지했다.

몇 명이 참석하겠다고 응답한다.

많아야 대여섯 명 모이리라 예상했다.

예약한 카페에 한 명 두 명 들어온다.

웃으며 멤버들을 맞이한다.

'와우'.

무려 열아홉 명이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다.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려고 애쓴다.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를 반복하며 근황을 나눈다.

자영업자, 공무원, 연구원, 회사원, 공공기관 직원, 사업가 등 하는 일이 제각각이다.

다양한 인생을 간접 체험하며 배움을 얻는 게 모임의 가장 큰 매력이다.


오후 네시에 만나 여섯시에 헤어졌다.

두 시간 동안 열아홉 명의 중년 남성이 모여 접시를 스무 장은 깼다.

밤새도 모자랄 정도로 하고 싶은 스토리가 차고 넘친다.

아쉬울 때 멈춰야 한다.

다음을 기약하며 '주먹 인사'를 나눈다.

벌써부터 다음 모임이 기다려진다.

한 달 후 다들 어떤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낼지 기대된다.

기지개를 켰다.

서서히 활주로를 벗어나 하늘 높이 비상할 일만 남았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조금만 더 힘을 내 보아요.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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