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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건강한 가정인가?

2009.04.30 11:38

2009. 4. 29 충청투데이
오정호목사(새로남교회 담임)


왜 건강한 가정인가?



건강한 가정은 건강한 사회의 기초이며 출발점이다. 가정이 허약하면 그 속에서 성장하는 자녀들이 아무리 좋은 머리와 남다른 개성을 가졌다 해도 그 인생 자체가 허약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한국의 가정이 그 힘을 잃어버리고 정체성을 상실하고 있다.

200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이혼율은 미국 51%, 스웨덴 48%에 이어 우리나라가 이혼율이 47.4%로 세계3위를 차지했다는 통계는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혼을 통한 가정해체 현상이 끝 모를 미궁으로 추락하고 있다.  이렇게 이혼율이 급속히 증가할 때 직격탄을 맞는 대상은 그 이혼가정의 자녀들이다.  
부모야 자기의 뜻대로 자신의 앞날을 결정한다 손치자 자녀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서로 적대시하는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을 현장에서 목격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자녀들의 참담함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갈등하는 부모와 함께 사는 자녀들이 올바로 인격교육을 받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이다. 이러한 일그러진 가족관계는 자녀들의 마음속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된다.

가정은 가치교육의 현장이다. 가치는 한사람의 삶의 방향과 직업을 결정하는 근거가 된다. 한국사회는 예부터 미풍양속을 따라 왔다. 미풍양속의 중심에는 아름다운 인간관계와 질서를 존중하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물질주의의 쓰나미가 우리나라에 몰려와 관계의 가치를 소유의 가치로 바꾸어 놓았다. 공동체의 가치에서 개인의 개성을 강조하는 가치로 바뀌었다. 문제는 빠른 시간 안에 급속도로 가치의 중심이 이동하다 보니 취사선택할 수 있는 심사숙고의 기간이나 검증의 기회가 없었다는 점이다. 자녀들이 부모를 통하여 가치교육을 받지 않으면 어디에서 인생의 드라마를 펼쳐갈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할 것인가?

가정은 공동체 교육의 현장이다. 대가족제도의 사회에서는 가족의 유대와 가문의 명예를 소중하게 다루었다. 한사람이 태어나면 좋든 싫든 가족과 가문의 일원으로서 위치가 정해져 있었다. 형제가 많은 집안에서는 자신의 소리를 내는 법과 절제하는 법 그리고 희생의 미덕을 몸으로 배웠다. 그러나 도시화가 촉진되고 아파트문화가 풍미하면서 옛 제도의 오류만 극대화되어 거부당하게 되었다. 도시생활에서 핵가족 제도와 자녀 한 명 두 명의 세대를 맞이하여 공동체성은 도전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설익은 공동체성은 개인주의와 인터넷시대에 편승하여 사회의 주류로 등장하게 되었다. 가정에서는 부모, 사회에서는 어른이 공동체의 수장으로서 중심을 잡아야 하나 가정이든 사회든 압도할만한 권위를 가진 어른들을 더 이상 요구하지 않는 시대로 진입하게 되었다. 인터넷시대는 자신이 가치의 정점이라고 생각한다.

가정은 역할 모범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우리 시대의 가정은 전통적인 역할모범을 더 이상 제시해 주지 못한다. 전통적인 가정은 엄부자모(嚴父慈母)의 현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자부엄모(慈父嚴母)로 아버지의 역할의 몰락을 보여 준다. 과거의 가정에서는 아버지는 권위의 상징이며 어머니는 사랑의 화신으로 자리매김을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 역할이 뒤집어졌다. 집안에서 아버지의 권위가 흔들리니 제대로 된 가정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다. 교권(敎權)이 확립되지 않은 곳에서 올바른 학교 교육이 실행될 리 없는 이치와 같다.

다이애나 웨스트는 오늘의 가정의 모습을 “아버지에서 아들로 계승되어야 할 이성과 문명, 역사와 교훈은 낡은 과거라는 이름으로 퇴색해 버리고 그 자리에는 청소년기의 특징인 충동과 돌발행동, 즉흥과 폭력성이 자리잡게 되었다”고 분석했다. 올바른 역할모범을 보고, 듣고, 배우지 못한 자녀들이 자라나서 가정을 이룰 때 그들에게 주어진 고유한 역할과 직무를 감당할 수 없음은 지극히 당연한 귀결이라 하겠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전은 매일 27쌍이 결혼하고 10쌍이 이혼한다.(2008년 12월 기준) 충청남도는 매일 38쌍이 결혼하고 13쌍이 이혼한다. (2007년 12월 기준) 가정이 흔들리며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경제회복도 중요하고, 과학의 발전도 중요하고 제도의 개혁도 중요한 일이지만 급선무는 건강한 가정을 세우는 일에 있다. 가정이 무너지고 나서야 소득의 증가와 과학의 발전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경제와 과학과 제도는 건강한 가정을 세우는데 기여할 때 그 본래의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 가정의 가치와 물질적인 가치를 맞바꾸는 험악한 풍토를 갱신할 때이다. 가정을 지키는 일에는 기성세대와 신세대가 따로 일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