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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 4 충청투데이
오정호목사(새로남교회 담임)



사람의 원초적 관계는 가족관계로부터 출발한다. 그러기에 인생의 대부분의 행복과 불행은 어떠한 가족관계인가에 놓여 있다. 사람들은 가족으로부터 자기정체성을 확인한다.
“나는 과연 가치 있는 존재인가?”에 대하여 어떤 반응이 나오는가에 따라 긍정적인 자아상과 부정적인 자아상이 형성된다. 사람들은 사회에 진입하기 전에 가족관계에서 소속감을 경험한다.
“나는 받아들여지는 존재인가?”에 대한 각자 해답을 얻는다. 가족으로부터 자기 가능성과 잠재능력을 인정받고 발전시킨다.
“나는 할 수 있는 존재인가?”에 대한 자기발견의 기쁨과 보람을 맛보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피부의 색깔과 종교 그리고 소유와 배움의 차이를 초월하여 가족관계는 삶의 견고한 터전이 되기도 하고 부실한 기초가 되기도 한다.

작년(2008년)말 대전광역시에서 단 하루만에 평균적으로 발생하는 사건가운데 혼인신고는 27쌍이었으며 이혼신고는 10쌍이었다. 예의범절의 고장이 어느새 가정이 무너지고 있는 아픔의 고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불길한 사실이다. 드러난 통계수치 이면에 숨겨진 아픈 사연은 얼마나 많을까를 생각할 때 마치 거대한 댐에 금이 가서 물이 쏟아져 내리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러한 가정해체 현상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여 이혼율50%에 다다르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독자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하신가? 이러한 아픈 상황가운데서 상처받고 있는 가정의 치유와 회복을 어떻게 도모할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어떠한 값을 치루더라도 상처 입은 가정을 치유하고 살리는 원리를 찾아내야 한다.

필자는 흔들리는 가정들을 경험하면서 아파하는 마음으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해 본다.


첫째, 가족문제는 어려움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에 힘을 쏟아야 한다.
무릇 모든 일이 그렇지만 가족문제는 구성원들간의 갈등이 증폭되기 전에 지혜롭게 예방해야 한다. 인간관계는 한순간 무너지기보다 서서히 내면적으로 구멍이 뚫리기 시작하여 어느 한 순간에 화산이 폭발하듯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부부가 갈라서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첫 걸음은 가슴 열린 대화 복원에 있다. 교육계나 정치계 그리고 예술계 가릴 것 없이 불통은 아픔과 단절의 씨앗이며 소통은 화합과 일치의 첫걸음이다. 우리 시대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결혼만하면 자동적(automatic)으로 행복이 손에 쥐어질 것처럼 생각한다. 기억해야 할 것은 건강한 결혼관계는 자동적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훈련을 통하여 만들어 지는 것이다. 가치 있는 것일수록 땀과 노력을 요구한다.


둘째, 초·중·고등학교 가능하면 유치원에서부터 정규교과과정(curriculum)에 가족가치에 대한 절대 학습기간을 설정함이 필요하다.
삶에 대한 가치관이 확립되는 결정적인 시기에 뇌리에 깊이 아로새겨진 가치는 환경에 따라 쉽게 잊어버리거나 떠내려 보낼 수 없다. 경제교육, 외국어교육이 소중하다면 평생의 행불행을 결정하는 중요한 삶의 현장인 가족관계를 든든한 반석에 세우도록 인생의 결정적인 시기에 시행하는 조기교육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셋째, T.V를 타고 안방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변칙드라마 곧 갈 데까지 가고 있는 비틀린 불륜드라마에 대한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다.
존귀한 가족가치가 돈의 논리에 편승한 선정성에 의해 사정없이 휘둘리게 된다면 그 피해는 죽음의 재가 뿌려지듯 송두리째 당대와 다음세대에 재앙으로 임 할 것이다. 상상만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온 몸을 던져 지켜야 할 것은 우리의 가족이며 어떠한 도전에도 굴하지 않고 우리의 다음세대에 계승해야할 가치는 가족의 소중함이다.

우리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라는 근본적인 의미는 가족의 따뜻함이 삼천리강산을 포근하게 뒤덮고 있는 동방부부화목지국(東方夫婦和睦之國), 형제우애지국(兄弟友愛之國)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