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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와 미나리

2021.05.13 15:57

행복지기 조회 수:45

 

할리우드에서 <미나리>란 영화가 홈런을 쳤다. 그리고 원로 배우 윤여정씨가 아카데미 수상식에서 오스카상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참 대단하다. 그리고 멋지다. 각종 언론 매체는 이 사실을 대서특필하고 있다. 또 미국이나 유럽 언론 매체도 작품 내용보다는, 윤여정씨의 배우로서 진솔함과 꾸밈없고 거침없는 입담에 시청자들이 파안대소하고 즐거워하고 있다. 또 그의 영어가 세계 영화인들과 시청자들을 들었다 놓았다 해서 더욱 인기다. 지금까지 국외에서 큰 상을 받은 사람들의 주로 통역을 통해서 판에 박힌 인사를 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감격하는 것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그래서 어떤 외국 방송에서는 수상 소감 발표상에 윤여정씨에게 오스카상을 하나 더 추가해야 된다는 말까지 나왔다. 

 

어쨌든 코로나 19가 일 년 넘게 계속되는 동안, 경제적으로 찌들고 우울하고 재미없고, 소통이 없어 납덩이처럼 굳어져 있는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오랜만에 뜨거운 여름에 생수를 마시는 듯 시원한 뉴스라서 참 좋았다. 그리고 윤여정씨의 오스카 여우조연상 소식과 그의 영어 스피치는 사실 과거 어느 외교관들보다 더 큰 몫을 했다고 본다. 외교관들이 하는 일들이 골프치고, 파티에 가서 밥 먹고 와인마시고, 국익을 위해서 일한다지만, 제한된 공간에서 의전적이고, 공식적인 외교술어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이 외교였다. 하지만 윤여정씨는 전 세계 영화인들과 영화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한국인의 자존심을 마음껏 드러내고, 그의 인간 승리를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고, 촌철살인의 어법으로 세계인에게 감동을 준 것은 민간외교의 최고봉이었다. 그리고 코로나로 지친 우리 모두에게 배려와 위로와 감사가 있게 했다. 좌우간 홈런이었다. 

 

그런데 나는 영화와는 아주 거리가 먼 사람이다. 최근 10년 동안 영화관에 가 본 것은 두어 번 정도였다. 윤여정 씨가 영화 산업의 본고장, 엔터테인먼트의 본부 할리우드에서 세계인의 이목을 끌면서 큰 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발표한 것은 근래에 보기 드문 일대 사건이라고 본다. 나는 지난 40년 동안에 L.A에 많이 갔었고, 특히 내가 할리우드에 갔던 것은 영화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할리우드 지역에 있던 한인교회에 부흥회 인도 차 여러 번 갔었다. 그리고 지난 40년 동안 거의 미국 전역에 강의와 집회 일로 그랬다. 고단한 이민교회 성도들에게 복음의 말씀으로 위로와 격려가 필요했었다. 이민사회를 보면, 한국에서 내노라 하는 직함을 가진 분들이 더 큰 꿈을 꾸면서 미국 이민을 왔지만, 영어도 안 되고 주류사회로 나갈 수도 없으니, 세탁소나 가게, 딜러 등을 하면서 버겁게 살아가고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곳곳에 목회자들이 한인교회를 세웠고, 교회는 그 지역에 삶의 중심이 되었다. 거기에는 이민자들의 애환도 있고, 지치고 고단한 삶이지만 믿음으로 살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마도 <미나리>는 이런 환경 가운데서 이민자들의 애환과 가족 간의 소통을 통해서 끈질기게 살아남아 서로 위로받는다는 스토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런 말이 있다. 80년대에는 중국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민 가면 중국식당을 차리고, 일본 사람들은 전자상점을 차리지만, 한국 사람들은 가는 곳곳마다 교회를 세운다고 했다. 지금 미국에는 한인 교회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다. 물론 한인교회의 분열도 많고 싸움도 많다. 교회가 없는 목회자도 엄청 많아 생계가 어렵고 일하는 목회자도 많다.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은 선교의 나라이다. 27,000명의 선교사들이 전 세계에 흩어져서 복음 전파를 위해 현지인들에게 선교하기도 하고, 우리 동포들을 말씀과 기도로 영적으로 돌보고 있다. 바울이 말한대로 선교사는 <그리스도의 대사(A-mbassadors for Christ)>이기도 하지만, 민간 외교가이기도 하다. 오늘의 한국이 수출 대국이 된 것도, 선교의 대국이 된 것도, 한국 교회의 저력이자 민간외교관으로 선교사가 그 나라 국민들을 깨우고, 한국과 한국 교회의 이미지를 심는 데 크게 한몫을 했다. 여러 해 전에 나는 전 한동대학교 김영길 총장과 함께 불란서 파리대사관에서 일하는 파리 공사를 만나 오찬을 함께하는 자리에서 나는 이런 말을 했다. “선교사는 그 나라에 바닥 민심과 삶을 가장 정확히 잘 압니다. 그러니 모든 외교에서 선교사들의 말을 참고하되 고문으로 우대해서 도와드리라”고 주문했더니 그분은 내 말에 크게 감동했었다. 

 

이번에 윤여정씨의 오스카상 수상은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과 꿈을 심어 주었다. 그리고 찌들게 위축된 우리에게 커다란 위로를 주었다. 특히 지금 우리나라는 각계각층에 공산주의 종북 세력들이 진을 치고, 코로나 19를 정치적으로 교묘히 이용하여, 교회탄압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그러니 지금 우리는 가슴에 납덩이를 올려놓은 것 같은 답답한 현실이다. 유동열 원장의 말을 빌리면, 청와대를 움직이는 것은 통혁당이라고...,어느 서울대학교 사회학 교수는 36년 동안 간첩으로 있으면서 차관급 대우를 받고, 남북 적십자회담 우리 측 대표단까지 했었단다.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다. 그자는 간첩이었지만, 겨우 1년 7개월 감옥을 살고 지금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니 지금 한국은 이런 간첩들이 우글거리는 세상이 되었고, 이런 세력들이 정치, 경제, 법조, 국회, 사회, 문화, 종교의 중요자리를 꽉 움켜잡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법무장관이나 대법원장이 도리어 법을 깔아뭉개고, 대통령이 4. 3 사건을 미리 재판해 버리고, 죄인을 의인으로 만들고, 의인을 죄인으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의 외침은 모기소리처럼 작고, 영적으로 깨어 있는 목회자들이 너무 너무 적다.    

 

이런 와중에, 할리우드에서 들려온 기쁜 소식은 잠시 우리에게 청량음료를 제공한 셈이다. 그래서 나는 며칠 전에 아내와 함께 농산물시장에 들러서 <미나리> 한 다발을 사왔다. <미나리>는 어디든 잘 자라는 강인한 생명력, 보통사람의 것이고 꾸밈도 가식도 없다. 

 

평범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잘사는 대한민국이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아닐까? 
그리고 이 시대의 일꾼은 대형 교회의 지도자가 아니고, 연약하고 작은 교회 목사들이 오직 순수한 복음을 증거하는 것이 이 시대에 <남은 자>가 아닐까?

 

- 정성구 박사(전 총신대. 대신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