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악에 대해서 따로 공부한 적이 없다. 하지만 종교와 예술이 늘 함께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즉 기독교의 성장은 바로 음악과 미술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위대한 작곡자들의 육필 악보들을 소장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악성 베토벤을 비롯해서 모차르트, 하이든, 베버 등의 친필 사인이 있는 악보들도 갖고 있다. 그뿐 아니라 1600년대의 '아마티 바이올린'과 1700년대의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도 소장하고 있다. 물론 나는 연주할 줄 모르지만, 내가 운영하고 있는 ‘칼빈 박물관’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일찍이 구해 놓았다. 그리고 미술은 어릴 때부터 그리기에 소질이 있어서, 후일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 얼마간 공부한 적이 있다. 또 반세기 전에 암스테르담 유학 시에는 '반 고흐 미술관'과 렘브란트 미술관인 '레익스 뮤지엄(Rijks museum)'에 자주 갔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예술은 종교와 언제나 같이 가고 있음을 알았다.

서양 음악에는 기독교 신앙이 모든 장르에 배어 있다. 예술가가 그가 가진 신앙과 영혼의 고뇌를 음악, 미술, 문학을 통해 표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본다. 사람의 행동과 언어 그리고 삶의 여정도 그가 가진 신앙이 반드시 예술로 승화되는 것이 상식이다. 우리나라에 서양음악이 들어온 것도 결국 선교사들이 가져온 악보와 풍금과 피아노 그리고 음악 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에 최초의 성가대 곧 합창단은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모우리(Dr. Eli Miwry) 박사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그는 평양 숭실전문학교에서 최초로 음악을 가르쳤다. 그는 미국의 케이스 리저브(Case Reserve)에 있는 올드스톤교회에서 파송한 음악 전문 선교사였다. 그리고 미국 선교사 말스베리(Dr. & Mrs. Malsbary, 1899~1977) 부부는 유명한 시카고 음악학원(Chicago Conservatory of Music)에서 작곡과 피아노를 전공하고, 당시 미국 북 장로교회의 음악 선교사로 파송 받았다. 말스베리는 숭실 전문학교 음악과장으로 부임한 후에, 1940년대에 평양에서 서양 음악의 전래자로 ‘박태준’, ‘김동진’, ‘오현명’, ‘현재명’ 등 한국의 음악계를 대표하는 인재들을 많이 배출했다.

이 땅에 기독교가 들어오기 전에 우리나라는, 서양 음악을 알 수도, 들어 본 적도 없었다. 특히 서양의 클래식 음악이 이 땅에 들어온 것은 고작 100여 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 들리는 소식을 보면, 대구에서 대구시 종교화 합심위원회가 베토벤의 교향곡은 종교 편향이므로 불가 판정을 내렸다고 한다. 이유는 베토벤의 교향곡 가사에 ‘신(神)’자가 나오는데, 이것은 기독교의 하나님을 생각나게 하니 불가하다는 것이란다. 아마도 이번 일은 국제적으로도 뉴스거리가 될 것이다. 악성 베토벤의 교향곡이 종교 편향으로 불가 판정을 받은 것은 내 생전에 들어본 적이 없다. 음악의 도시 대구에서 이런 일이 있다니 참으로 기가 막힌다. 그런데 들리는 말로는 9명 중 1명이 반대하기 때문이란다. 이것 또한 황당한 조례가 아닐 수 없다. 이 나라가 어쩌다 ‘위원회 공화국’이 되어 전부가 아니면 전무란 발상으로 세상을 요상하게 끌고 가는지 모르겠다. 전 정부가 마을마다 무슨 ‘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었다는데, 다분히 북한의 인민위원회 냄새가 풍기는 것 같다.

그런데 알고 보니 대구뿐 아니라, 부산, 충청도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생겼다고 한다. 2008년 불교의 종교 편향 시위에서 불교가 불쑥 내민, 문화관광부의 종교 편향 신고 센터의 영향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따져보자! 문광부 예산의 90%를 불교에서 가져간다고 들었다. 기독교는 정부 예산을 거의 쓰지 않고 있는 셈이다. 혹 정부가 지원하더라도 <순교자 주기철 기념관>이 아니고, <애국자 주기철 기념관>이라 해야 지원되고, <순교자 손양원 기념관>도 <애국자 손양원 기념관>이라 해야 한다. 그러니 이 나라 정부는 기독교를 넣으면 절대로 지원을 하지 않고 있으니 이것이 종교 편향이 아닐는지? 나는 54년 전에 군종장교 후보 시절 논산 훈련소, 육군 보병학교, 육군 종합행정학교 등 6개월 동안 여러 교파의 목사님들과 신부님들, 그리고 법사님들과 함께, 한 내무반에서 침식을 함께하고 고된 훈련도 받았다. 거기서 나는 타 종교를 이해했고, 인격적으로 훌륭한 분들을 많이 봤다.

나는 기독교 목사 가운데도 철저한 칼빈주의 신학과 신앙을 일생동안 외친 자이지만, 타 종교에 대해서도 이해하는 열린 사람이다. 그런데 대구에서 베토벤의 교향곡에 ‘신(神)’자가 하나 나왔다고 공연을 거부하는 것을 보고 쓴웃음을 금할 길이 없다. 모든 예술에는 다 종교적인 것이 있다. 서양 음악, 서양 미술, 서양 문학에는 성경과 당시의 신학과 신앙을 배제하고는 말할 수 없다. 셰익스피어의 모든 작품, 그리고 영미 문학의 모든 작품은 기독교 신앙의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면 해석이 안 된다. 국악도 사실 따지고 보면 불교나 민속신앙의 뿌리에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또 북한의 주체사상도 세계 10대 종교이다. 주체사상에 물든 자들의 노래나 춤 소설과 시에는 저들의 신앙과 사상이 그대로 표출되어 있다. 모든 종교는 서로가 자기 종교가 최고라고 생각하겠지만, 기독교는 종교라기보다, <복음>이다. 칼빈은 "우리가 신앙을 갖게 된 것은, 하나님이 인간의 마음속에 심어준 ‘종교의 씨앗(Semen Religionis)’을 통해서이다"라고 말했다.

인간의 자율적인 종교와는 구별된다. 베토벤의 교향곡 연주를 <종교> 특히 <기독교적>이라고 공연을 못하게 하는 것은 세계가 웃을 일이다.

대구는 죽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