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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3 ~ 2024-06-21


이청용이 지난 주말 FA컵 8강전 버밍엄전에서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산, "골이 들어갈 때 순간적인 느낌은 어떠했나."

이청용, "정신이 없었다. 기분이 좋아서 날아갈 것만 같았다."

지금 당신은 이청용이다. 버밍험과의 FA컵 8강전에서 후반 60분에 교체 투입됐다. 경기는 2-2로 비기고 있는 상황. 그리고 후반 45분, 수비수 로빈슨이 페널티 박스 오른쪽으로 뛰어들어가는 케빈 데이비스를 향해 킥을 내준다. 헤딩력이 뛰어난 케빈 데이비스라면 내가 뛰어갈 자리로 분명히 패스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페널티 박스 중앙 공간을 향해 침투해 들어간다. 예상대로였다. 케빈 데이비스는 헤딩 패스를 떨궈주었고, 볼은 달려 들어가는 나의 머리를 향해 포물선을 그리며 정확히 날아온다. 1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 하지만, 어떤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물론 그 생각은 당신만이 알고 있다.

골을 넣으면 당신은 오늘 경기의 영웅이 된다. 현장을 찾은 4,339명의 원정 서포터들이 당신을 위해 만든 응원가를 듣게 될 것이며, 세계 전역에 당신의 이름이 대서특필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렇지만 넣지 못하면, 당신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산이 될 것이다.

그런데 미안하다. 당신은 아쉽게도 골을 넣지 못했다. 아쉽게 빗나간 헤딩슛으로 공은 상대편 수비수 앞에 떨어졌고, 그 수비수가 멀리 걷어낸 것이 운 좋게 그들의 역습 찬스로 이어졌다. 그리고 버밍엄의 교체 출전 선수인 잉글랜드 17세 청소년 대표 레드몬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감 넘치는 슛으로 골을 터뜨린다. 망연자실한 당신, 어이없고 황당한 표정의 당신은 주위를 둘러본다.

그리고 어느 지난 날…

저 멀리 앞에서 상대팀 선수들은 서로 껴안고 소리를 지르며 승리를 맛보는 것 같다. 나의 팀 동료들은, 고개를 숙인 채 믿기 어렵고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중앙선을 향해 천천히 걸어 가고 있다. 그러면서 다들 한번씩 나를 힐끔, 경멸 어린 눈빛으로 쳐다본다. 감독의 표정은 어둡고 차갑다. 내 어깨가 나도 모르게 축 처진다. 학부모들 모두 나를 보는 것 같고 내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충격에서 깨어나기도 전에 휘슬이 울리고 게임은 끝났다.

체인징룸(탈의실)로 들어와 앉은 나는 살벌한 침묵이 흐르는 분위기 속에서 동료들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어서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조용히 고개를 숙여 축구화 끈을 푸는데, 문을 박차고 들어온 감독은 우리를 보자마자 축구화를 벗어 땅에 집어던지며 “F”로 시작하는 단어로 나 들으라는듯 욕설을 해댄다. 순간, 두렵고 무섭다. 같이 있던 팀 동료들이 다시 한번 나를 힐끔 쳐다보는 것이 느껴진다.

샤워하는 동안, 역시 누구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외롭다. 누가 나에게 다가와 괜찮다고 다독거리는 말이 듣고 싶다. 하지만 괜한 기대였나보다. 체인징 룸을 걸어 나와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마주친 다른 연령대 담당 코치들 역시 나와는 눈도 마주치지 않은채 차가운 얼굴로 스쳐간다. 집에 돌아온 나는, 이불을 덮어쓰고 혼자만의 악몽의 세계로 빠져든다. 울음도 나온다. 그러다 잠이 들고 깨어난 나는 다시 개인 운동을 나선다.

월요일날 아침, 체인징룸의 분위기는 토요일보다 나아졌지만, 그래도 팀 분위기는 여전히 차분한 편이다. 운동 기구 훈련을 마치고, 합동 훈련 시간을 기다리는데 평소에 그래도 말이 통하던 팀 동료가 “어떻게 거기서 골을 못 넣느냐?”며 말을 건다. 순간 체인징룸은 조용해지고 어떤 동료는 비웃듯 웃음을 짓는다. 나는 할말을 잃었다. 헤딩을 빗맞출 때의 느낌이 다시 머릿속에 악몽처럼 스쳐간다.

운동장에 나가니 볼을 잡기가 두렵다. 볼을 받기가 두려워졌다. 그래서 볼을 피해 다닌다. 온 몸의 근육에는 힘이 없고, 목소리와 패스, 터치에도 자신감이 하나 없다. 안 그래도 감독이 나를 싫어하고 차갑게 대하는 느낌인데, 이런 식으로 운동을 한다면 이번 주말 리그 경기 스쿼드에도 포함되지 못할 것이 확실하다. 변화를 시도해봐도 나의 정신력이 이를 이겨내주지 못한다. 축구 유학까지 온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다. 영원히 나오지 못할 그곳으로 내 스스로를 몰아넣고 있었다.

두 선수 이야기

2007년 제주 유나이티드에 3순위로 들어온 제주 출신 강두호 선수는 2006년 시즌에는 험멜에서 선수생활을 하셨던 형이다. 2007년 드래프트 당시 최고령 드래프트 참가자로 주목받기도 했는데, 영표형의 대학교 1년 후배인 두호 형에 대해 영표 형께서도 종종 성실한 선수라고 칭찬을 마다하시지 않으셨다.

그런 형을 옆에서 지켜보는 나는 가끔 제주 유나이티드 선수들 중 두호형을 멀리하는 선수들을 볼수가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마음이 아팠었다. 그렇지만, 두호 형은 강했었고 강하다. 선수로서 29살 나이에 내셔널리그에서 K-리그를 도전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을테고, 2007년 시즌 후반기 말까지 1군 경기를 한번도 뛰지 못해 심적으로도 고생을 많이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오히려 참된 프로 선수의 본보기 삶을 보여주셨던 것 같다. 철저한 자기 몸 관리와 쉽게 좌절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셨고, 항상 나에게 준비를 해야 한다고, 준비를 하는 자만 기회가 온다고 말씀해주시던 것이 어제 같이 느껴진다.

정말 성실히, 노력으로 준비를 한 두호 형은 2군에서의 안정되고 꾸준한 활약과 노력 덕택에 첫 번째 기회를 잡았다. 2007년 9월 2일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경기에서 선발로 뛸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당시 수원은 좋은 성적을 낼 때였고 수원의 장신 포워드 에두(현 샬케04)는 좋은 플레이를 펼치고 있었다. 두호형은 에두에 비해 신장과 체격이 작았지만, 이날 확실히 에두를 잡아주었다. 에두를 향해 깊게 태클 넣어 볼을 아웃시킨 장면은 아직까지도 눈앞에 생생하다. 비록 경기는 0:1로 졌지만, 지켜 본 사람들에게는 훈훈한 느낌이 드는 시합이었다. 올해 33살 나이로 험멜에서 선수 생활을 하시는 두호 형에게 나는 여전히 박수를 보내 드리고 싶다.


2007년 9월 2일 수원 삼성과의 경기에서 제주의 강두호가 수원 김진우의 태클을 피해 몸을 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두 번째 소개 할 선수 또한 2007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만나게 된 공격수다. 좋은 신체 조건과 기술로 유럽에서도 통할수 있겠다라는 느낌을 주었다. 2007년 새로 영입된 공격수로 인해, 1군에서 자리를 잃은 이 선수는, 팀 동료들과 모인 자리에서 자주 한탄하는 모습을 보였다. 잦은 불평은 듣기가 거북했지만, 축구 선수로서 이해와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었다. 계약 만료기간인데도 불구하고 1군에서 뛰지 못하는 그 선수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언제 어떻게 찬스가 올지 모르는 것이 축구이거늘 그것에 대한 준비를 게을리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러던 그에게도 한번의 기회가 왔다. 리그 경기에 1대1로 비기고 있는 상황에서 25분의 출전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어릴 때부터 들었던 말 중 여전히 기억에 남는 얘기 중에 실력이 월등하든, 떨어지든, 스트라이커가 90분을 뛰면 분명히 한번의 골 찬스는 온다는 말이 있다. 그 한번의 찬스를 성공시킨 뒤 경기장을 나오기만 하면 성공한 경기라고 할 수 있는데, 이날 그 선수에게도 경기 종료 무렵, 기가 막힌 찬스가 왔다. 측면에서 올라온 볼을 페널티 박스 안에서 기막히게 트래핑 해놨지만, 아쉽게도 슈팅은 골대를 약간 벗어나 버리고 말았다. 운이 없었던 것일까?

그날 경기가 끝난 뒤, 그 선수는 주변 친구들에게 장난 섞인 말로 선수생활이 다 끝난 것같은 이야기를 하고는 했다. 내가 배운 프로 생활과는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장난으로라도 그런 말을 하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설령 좌절감을 느꼈다 하더라도 다시 준비하고 도전해 그 고난을 이겨내는 것이 프로의 진짜 모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경기로 돌아가면, 당시 그는 트래핑을 멋지게 해논 직후 약간 머뭇거리는 느낌을 주었다. 분명 어떤 생각 하나가 머리 속을 지나갔던 것 같다. 다른 스트라이커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골을 넣은 순간들을 돌이켜보면, 그냥 아무 생각과 의식이 없이 경기 흐름에 몸이 맡겨져 골을 터뜨렸던 것 같다. 긴장을 하거나, 골에 대한 압박을 느낀다든지, 어느 발로 찰까 생각하고, 발을 재야겠다는 등의 궁리가 순간적으로 떠올면 그것은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이다. 당연히 골 넣을 확률도 적은 것 같다.

수많은 슈팅연습과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위와 같은 생각들을 느끼며 훈련을 해야만 경기에서 실력이 무의식적으로 나오게 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르게 된다. 즉, 인생에서 언제 찾아올 지 모를 찬스를 늘 준비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도 날수 있는가

진정한 스타들은 필요할 때 눈부신 활약을 해준다. 골을 넣고 넣지 못하는 것, 어떻게 보면 정말 종이 한장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평생 종이 한장 따라잡지 못해서, 선수 생활을 접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서론으로 돌아가서, 버밍햄 전에서 아쉽게도 골을 넣지 못한 당신은, 코일감독의 냉정한 태도에 지난 3주간 출전기회를 많이 잡지 못했다. 그러나 4월 9일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홈 경기에 당신의 이름이 후보에 올라와 있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후보 교체 투입된 당신은 2-2로 비기고 있는 후반 45분, 바로 그 찬스가 찾아왔다. 자, 어떤가. 당신은 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산, "코일 감독님 말에 따르면 몸의 상태를 고려해 출전여부를 고려한다고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후보로 넣어둠으로써 심리적으로 이청용 선수에게 무언가를 더 보여달라고 암시하는 것 아닐까. 이런 압박감을 주지 않던가?"

이청용, "그런 기분이 들긴 하지만 그것은 압박감이 아니다. 짧은 시간안에 나의 모든 에너지를 경기장에 쏟고 나와야 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할 뿐이다. 그리고 나는 항상 준비 되어있다. 그 시간이 단 1분이든 10분이든, 내가 가진것을 최대한 발휘하려 노력할 뿐이다"

글 | 이산 (전 영국 프로축구선수) - 1985년생.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유스 아카데미 출신. 잉글랜드와 브라질의 여러 클럽과 K리그 제주 유나이티드를 거쳤다. 지금은 축구화를 벗고 학업과 취재를 병행하고 있다.

으아~ 나에게 너무 도전이 되는 글이다. 특히 "수많은 슈팅연습과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위와 같은 생각들을 느끼며 훈련을 해야만 경기에서 실력이 무의식적으로 나오게 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르기란.. 참! 열심히 뛰어야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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