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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라일락 7호의 Special Theme는 '사랑으로 가꾸는 부부의 정원'이다. 유독 '가꾼다'는 표현에 마음이 끌렸고, 이 주제가 참 좋았다. 그것은 가꾸지 않은 정원의 황폐함이 어떠하다는 것을 내 스스로가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수년 전, 외국에서 살 때였다. 마당 한 켠에 깻잎을 심은 적이 있었다. 언젠가 담임목사님 댁에 방문했을 때 함께 살고 계시던 장모님이셨던 권사님께서 주신 것이었다. 목사님댁의 뒷마당에는 작은 농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싱싱한 각종 야채와 배추가 심겨진 밭이 있었는데, 감탄사를 연발하며 구경을 하던 나에게 키워보라며 주신 것이었다.

'그냥 살살 뿌려 놓으면 잘 자랄 것이다'라는 말씀대로 집으로 와서는 정말이지 흙만 조금 파내고는 살살 뿌려 놓았다. 나도 곧 밭에서 딴 신선한 깻잎으로 쌈도 싸먹고, 전도 부쳐먹고, 장아찌도 담궈먹고, 다른 분들에게 나눠드려야겠다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그로부터 한 참이 지난 어느 날, 잔디를 깍아주는 키위-뉴질랜드 현지인을 지칭하는 말-아저씨가 다녀 간 후 내가 심어 놓은 깻잎이 모두 사라진 것이었다. 너무 당황하여 아저씨에게 따져 물으니  '관리가 안 된 무성한 잡초인 줄 알고 잔디와 함께 모두 제거했다'는 것이 아닌가?

그 날의 충격이 라일락을 읽는 동안 새록새록 떠올랐다. 할머니 권사님이 말씀하신 '살살 뿌려 놓으라'는 뜻을 '아무런 관리가 필요없는 것'으로 오해하였고, 수고의 손길이 닿지  않은 나의 미니 농장은 다른 사람의 눈에 그저 뽑아버려도 되는 잡초밭이 되고 만 것이다. 가꾸지 않았기 때문에 얻어진 당연한 결과였다.

'바로 지금이 부부의 정원을 가꾸어야 할 때다. 가꾸지 않고 황폐하게 내버려  둔다면 반드시 후회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때가 되면 목회도 매듭을 지어야 하고 인생의 황혼도 피할 수 없는데 가꾸지 않은 황폐한 정원에 무엇이 있겠는가?'(P11)라는 조성희 사모님의 칼럼 중 일부가 특별히 마음에 와 닿는다.

핑크빛 같은 시절도 건조한 막대기와 같은 순간도 거쳐온 결혼 11년차인 남편과 나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 둘 만의 부부 정원을 잘 가꾸는 것이리라! 변화를 주시는 성령의 새 바람과 위로부터 쏟아지는 은혜의 단비, 그리고 따스한 봄 볕 같은 주님의 사랑으로 우리 두 사람의 정원이 매일매일 아름답고 울창하게 가꾸어 지기를 소원하며 그것을 기도의 제목으로 삼아야겠다.

'비록 깻잎 가꾸는 것은 실패했어도 부부 정원을 가꾸는 것은 실패하지 말아야지...'
이번 라일락을 통해 우리 부부를 돌아보게 하시고, 회복시켜 주시고, 결단하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가 참으로 크고 놀랍다.

주님~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