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습관의 부가가치
2004.11.26 19:42
대전일보 2004. 5. 18
나누는 습관의 부가가치
좋은 습관은 거의 무한한 부가가치(附加價値)가 있다.
사람은 지식대로 산다기보다 습관 따라 사는 존재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식의 계발은 물론
좋은 습관의 정착은 건강한 삶의 기초가 된다.
예컨대 흡연을 습관적인 측면에서 다루어보자. 우리나라 15세 이상의 남성의 흡연율은 OECD 국가중에서 단연 최고이다. 담배를 피우는 습관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악습임에 틀림없다(물론 애연가의 반대논리 또한 만만치 않으리라 짐작한다). 흡연의 습관을 지닌 당사자는 물론 가까운 가족이나 이웃에게도 의도하든 하지 않든 억울한 피해를 준다. 의학자들은 흡연자뿐만 아니라, 비흡연자도 간접흡연으로 인하여 폐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귀띔해준다. 흡연이라는 습관 하나가 끼치는 해악이 어디 한두가지인가. 재정적, 사회적 손실, 예기치 않은 산불이나, 많은 희생을 가져오는 사고가 흡연습관과 관계되어 있다. 심지어 담뱃재를 털다가 불똥이 튀어 대형 교통사고로 연결 된 일도 있다. 산뜻한 공기를 마시러 교외에 나갔다가 복병처럼 숨어 있는 담배 연기와의 조우를 통해 슬픈 추억을 가슴에 담아야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흡연습관은 부가가치 창출은 커녕 손해를 키우는 악습임에 틀림없다.
최근에는 점점 확산되는 우리나라 가임여성의 흡연습관이 국민건강의 적신호로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흡연을 즐기는 것일까?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습관화되고 체질화되었기 때문이다. 좋든 싫든 몸에 한번 배어버리면 항우장사라도 습관을 깨뜨리기 힘들어진다. 습관이 몸에 밴 당사자가 습관을 깨뜨리는 바로 그 사람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외부의 도전도 어렵지만 내부의 도전 즉 자신으로부터의 도전은 항상 다루기가 까다롭다.
흡연의 습관처럼 파괴적인 예가 있는 반면에 이웃과의 나눔, 사랑이 담긴 기부처럼 생산적인 습관도 있다.
로버트 풀검이 쓴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에서 맨 처음 눈에 띄는 대목은 “가진 것을 나누면서 살아라”(Share everything)이다. 인간이란 원래가 자기중심적인 존재이다. 독점하기를 당연시한다. 독점을 즐기는 성향이 강하다. 그런데 독점욕을 방치하면 반드시 문제를 일으키게 되어있다. 독점욕을 절제하고 상호유익의 방향으로 선회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나눔이다. 나눔은 이기성을 깨뜨리는 최상의 수단이다. 나눔이 습관화될 때 나누는 사람과 나눔의 대상자는 함께 축복을 경험한다.
풀검은 삶이란 어릴 때 익힌 습관의 반복의 연장임에 틀림없다고 믿었다.
습관이 형성되는 시기를 교육 심리학적 용어로 인생의 결정적 시기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어디 로버트 풀검만의 깨달음일까? 아니다. 우리나라의 속담 중 습관에 관한 압권은 아무래도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일 것이다. 이와 비슷한 “제 버릇 남 주나” 역시 습관의 끈질김을 말해준다. 습관에 대해서는 동서의 차이가 없는 모양이다. 사람이 어디에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습관으로 빚어지는 것이 중요함을 알려준다.
우리나라에서 늦잠 잔 사람은 미국 이민 가서도 늦잠 자게 마련이다.
결혼 전에 게으른 습관을 가진 총각 처녀는 결혼 후에도 게으르기 마련이다.
기업이나 단체에서 사람을 새로 뽑을 때 많은 경우에 학력과 경력을 중심으로 사람을 선발한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그 사람의 객관적 이력인 학력과 경력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겠다. 그런데 습관력은 논의조차 되지 않는 모양이다.
사람의 학력과 경력은 객관적인 증거가 되겠지만, 습관력은 학력과 경력을 높일 수도 있고 일시에 깨뜨릴 수 있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웃을 향한 나눔과 베풂 역시 차원 높은 습관의 범주에 넣고 싶다. 악착같이 끌어 모으는 사람은 계속 끌어 모은다. 이웃을 향하여 나눔의 손을 펴는 사람들 역시 계속 나눔에 힘쓴다.
습관은 신비할 정도로 고착화되고 가속도가 붙는다. 좋은 습관은 좋은 습관대로, 나쁜 습관은 나쁜 습관대로 제 갈 길을 간다.
나누면서 사는 것은 고차원의 생존법칙이다. 인간세계가 동물의 세계에서나 볼 듯한 정글의 법칙이 이끄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영혼이 이끄는 신뢰와 사랑의 공동체를 구축하려면 나눔에 다시 눈을 떠야하리라.
진정 풍성한 삶을 소원한다면 나눔의 미학을 몸에 배게 하는 지혜가 선행되어야 한다.
나눔이야말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부가가치가 걸려있는 축복된 생존방식이다. 상생(相生)과 상승(相勝)을 향한 첫발을 내딛는 행복을 만끽하고 싶다. 나눔의 의식화와 생활화를 통하여 나눔의 축제가 늘 열려있는 세상을 만나고 싶다.
내 것을 이웃과 나눔으로서 행복해지는 것이야말로 웰빙(Well Being)의 삶이 아니겠는가?
1세기전에 살았던 사무엘 스마일즈(Samuel Smiles)는 후대의 사람들에게 매우 큰 유익을 안겨준 통찰력을 뿜어내는 명구를 남겼다. 바로 습관의 형성에 관한 정곡을 찌른 말이다.
생각을 심으면 행동을 거두고,(Sow a thought and you reap an act)
행동을 심으면 습관을 거두고,(Sow an act and you reap a habit)
습관을 심으면 인격을 거두고,(Sow a habit and you reap a character)
인격을 심으면 운명을 거둔다.(Sow a character and you reap a destiny.)
누구든지 진정 양질의 삶을 기대한다면 좋은 습관부터 몸에 배게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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