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도 우리를 자랑스러워할까?
2009.05.10 13:55
칼빈 탄생 500주년을 즈음하여 한국교회에서는 칼빈의 행적을 돌아보며, 그의 신학과 사상을 연구하는 행사가 여기저기에서 진행 되고 있다. 칼빈을 추억하며 그가 남긴 신앙적인 유산과 개혁자로서의 삶을 돌아보는 것은 아주 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행사가 행사로 끝나지 않고 칼빈의 위대한 주님사랑의 정신이 우리시대 사역자들의 정신에 깊이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단순한 행사를 넘어서는 개혁자 칼빈 앞에서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개혁주의자들이 물려 준 위대한 신앙의 유산을 당대에 온전하게 계승하여, 다음세대까지 이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칼빈의 후예로서 칼빈이 남겨 준 위대한 종교개혁의 영향력을 직접적으로 누리고 있는 최대의 수혜자들이다. 만일, 칼빈이 지금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을 바라본다면, 우리가 칼빈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듯이, 과연 칼빈도 우리를 자랑스러워 할 것인지 깊이 생각 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칼빈은 개혁자였다. 우리가 알듯이 그는 신체가 크고 건장한 용사같은 사람이 아니라, 병약하고 평범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그는 하나님의 영광과 교회개혁이라는 그의 일생일대의 사명을 따라 생명의 위협도 감수할 만큼 강한 개혁자로서의 모습을 가졌다. 자신의 이익이나 편리에 따른 결정이 아니라, 다른 종교개혁자들처럼 진리의 말씀이 바르게 선포되도록 일관된 개혁을 진행한 위대한 개혁자였다. 우리 시대는 여러 가지 사상적인 독소들이 우리의 신앙과 신학을 위협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예외없이 물량주의와 세속화의 물결을 거슬러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의 정신으로 교회가 갱신하며, 오직 하나님의 영광(Soli Deo Gloria)만을 추구하기 위한 개혁자의 정신으로 한국교회를 바라보며 무장해야 할 것이다.
칼빈은 목회자로서 말씀의 토대위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는 예배의 개혁과 평신도들을 사역자로 하나님 앞에 세우는데 주력하였다. 그의 필생의 개혁은 철저하게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예배의 개혁이었다. 우리가 매 주일마다 드리는 예배를 존중하는 교회, 예배를 사모하며 올바른 예배를 드리기 위해 몸부림치는 목회자와 성도들로 가득하여 우리한국교회가 칼빈이 추구하던 예배의 영광을 경험해야 마땅하리라. 말씀을 전하는 목회자로서 예배존중의 정신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예배를 가볍게 여기며, 주님 앞에 나올 때 준비없이 나오거나, 예배에 지각하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한국교회 성도들에게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예배의 대각성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신학자로서 칼빈의 면모는 그의 위대한 저서 기독교 강요를 통해 모든 것이 나타나고 있다. 칼빈에게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은 그의 철저한 하나님중심의 사상에 있다. 좋은게 좋다는 적당주의에 끌려 신학적 타협점들을 쉬이 찾는 우리 세대는 철저하게 하나님의 주권 을 선포하며 진리에 굴복하였던 마치 좌우에 날선 검을 대는 것 같은 그의 경건함을 주목해야 한다.
우리가 하나님 중심으로 돌아가 하나님 앞에 올바르게 서기를 힘쓴다면 칼빈의 생애와 그의 저서들이 보여 주는대로 철저한 자기반성과 자기 부인이 따를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하나님 중심, 말씀 중심으로 돌아가며, 신앙의 순수성과 경건성이 우리의 영혼에 깊이 머물게 될 것이다.
우리는 머리로는 칼빈의 교리를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표피적인 차원을 넘어서는 진지하고, 겸허한 개혁자로서의 고뇌가 요청된다. 분명히 칼빈이 목숨을 걸고 외쳤던 개혁 정신을 우리의 것으로 체질화하는 거룩한 작업이 시작되어 사상과 사역의 현장에 뿌리를 깊이 내려야 할 것이다.
다시 생각해 보자. 만약, 칼빈이 우리를 만난다면 우리를 자랑스러워 할 것인가? 세계교회가 주목한 놀라운 부흥을 이루고 이 땅에 수많은 교회와 수많은 성도들이 예배드리는 영광스러운 현장을 보며 칼빈은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마음속에서 하나님을 향한 끝없는 개혁자의 영성과 개혁자의 고뇌를 그는 과연 찾아 낼 수 있을 것인가? 이원론적인 자기중심성을 극복한 흔적을 성도들의 삶의 현장에서 찾아 낼 수 있을지 두렵다.
우리는 누가 뭐래도 자랑스러운 개혁자 칼빈의 사상적 아들이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가 칼빈을 자랑스러워하는 만큼 칼빈의 시퍼런 개혁정신을 우리의 사역현장에서 치열하게 이어가야 하리라. 오직 은혜(Sola Gratia)만을 사모하는 심정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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