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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5 ~ 202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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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5 ~ 2024-11-13
할렐루야!
13일 새벽 4시반에 일어나 미숫가루 한잔 타먹고 서울로 출발했다.
과천 서울 대공원에 7시10분에 도착하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공원내 대회장으로 걸어갔다.
바쁘게 준비하여 이동하는 많은 달림이들이 여느 대회 같이 분주하다.
얼글에는 모두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대화하며 이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혼자인 나는 그냥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다가 약간 뛰기도 하며 대회장에 도착했다.
경쾌한 음악이 울려퍼지는 대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울긋불긋 각양의 유니폼을 입고 몸을 풀고 있었다.
나도 접수를 하고 배번을 받아 먼저 가슴에 달았다.

여기저기 출전을 준비하며 담화를 나누고 떠들석한 대회장의 분위기가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 졌다.
남편의 출전 준비를 돕는 아내들의 모습이 참 다정스럽게 보인다.
가족이 함께와 아빠를 응원하는 아름다운 광경도 보인다.
동호회원들끼리 와서 사진도 촬영하고 화이팅도 외치는 모습들이 마라톤이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참 좋은 운동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대회장에서 출발 15분 전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혼자 출전한 나로서는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한다.
지나가는 분께 사진을 부탁하여 출발 전의 모습을 담았다.
가방을 주최측에서 준비해준 비닐에 담아 보관소에 맡기고 출발장소로 이동했다.
사실 이번 대회는 연습을 많이 하지 않고 출전을 하기 때문에 완주만 하기로 마음먹었다.
작년에도 이 대회를 뛰었지만 말이 마라톤이지 산악마라톤이나 다름없는 코스와 더위와 사투를 벌이는 대회이다.
그래서 아예 대회를 주최하는 서울마라톤클럽에서도 혹서기마라톤대회를 축제로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록을 의식하지말고 즐기면서 뛰세요."라고 계속해서 말한다.
군데군데 마련한 음료와 시원한 음식(수박, 파인애플, 매론, 떡, 오이, 아이스크림 등)을 먹으면서 뛰라고 한다.
작년에는 정말 힘들고 더워서 음식을 주섬주섬 많이 먹었었다.
올해는 조금 자제하기로 마음먹었다.
사회자의 구령에 맞춰 간단히 몸을 풀고 서울마라톤 박영석회장님의 격려사와 일본에서 출전한 선수들의 인사를 한다.
이제 출발을 기다린다.
힘주시고 완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나님께 손 모아 기도를 했다.
여느 대회와 마찬가지로 출발 10초를 남기고 모두 큰 소리로 카운트다운을 한다.
10-9-8-.....1 출발!!
서울대공원 중앙에 지정된 코스 두 바퀴를 돌고 가장 높은 산에 인접한 길을 5회 왕복하는 작년과 동일한 코스이다.
적은 수면과 운전 그리고 아침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관계로 컨디션이 별로 좋지 못하다.
5킬로 정도 뛰었는데 벌써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 10킬로 정도는 아무런 부담없는 거리인데...
이제 본격적인 주로인 다섯 바퀴 코스를 접어 든다.
작년의 힘들었던 기억이 되살아 난다.
다섯 바퀴를 뛰었었기 때문에 코스의 기억이 생생하여 뛰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어느 대회이든 정해진 코스 정보를 잘 알면 뛰기에 훨씬 편하다.
그만큼 힘의 안배(페이스 조절)와 작전(?)을 펼칠 수 있기때문이다.
높은 습도의 무더위와 계속되는 오르막으로 너무 힘들다.
뛰는 선수들의 얼굴은 벌써 다 일그러져 있다.

저분들은 왜 마라톤을 하는 것일까?
왜 저분들은 전국에서 내돈을 들여가면서 이렇게 새벽같이 오는 것일까?
그러나 뛰는 모든 분들은 그 해답을 알고 있다.
단지 사람마다 그 해답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그럼 나는 왜 뛰는 것인가?

남들은 시원한 바다나 계곡에 피서를 즐기고 있을 때 무엇때문에 돈을 들여가면서 이 고생들을 하고 있는지...
어떤 분들은 그늘에 앉아 쉬고 있고,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에 몸을 담그고 몸을 식히는 분들도 보인다.
그래도 저런 여유를 부리며 즐기는 모습은 아마 혹서기 대회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장면이다.
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계곡의 작은 폭포와 잘 가꿔진 나무 숲, 그리고 군데군데 힘을 북돋우기위해 자원봉사자들의 풍물패들과 인공분수대를 만들어 뿌려주는 시원한 물 등 혹서기대회의 장면들이다.
그리고 가장 특징적인 것은 다섯 바퀴를 돌기 때문에 뛰는 분들의 얼굴표정을 모두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남자에 비해 참가자가 적지만 끝까지 뛰는 여자분들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
최근 각종 대회에서 일등을 도맡아 하는 김동욱씨, 남궁만영씨와 우리나라 최초의 100회 풀코스 완주자 박용각씨, 그리고 칠순의 나이에도 뛰시는 석병훈옹, 여자 샛별 김영아씨 등 달림이로 유명한 선수들이 작년이 이어 금년에도 함께 뛸 수 있어 감개가 무량하다.
두 바퀴를 돌았는데 정말 그만 두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니 매순간 그만 두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 바로 혹서기마라톤이다.
그만큼 힘든 코스이기 때문이리라.
식수대를 하나 걸러 한번씩 물과 간단한 과일을 먹는다.
그것이 그나마 지친 다리와 약해지는 마음에 새로운 힘을 부어준다.
러닝화는 이미 땀으로 물에 빠진듯 뿍뿍 소리를 내며 물이 배어나온다.
옷은 땀으로 온몸에 촥 달라 붙었다.
뿌려주는 분수대를 지나고 바가지로 부어주는 물을 머리에 받는다.
나의 철칙인 결승선에 도달하기 전에는 절대로 걷지 않는다는 것도 두 퀴를 남기고 깨어진다.
계속 나타나는 오르막을 걷다 뛰다를 반복하며 오른다.
'배신자, 천천히 뛴다고 해놓고'
'아이고 그만 뛰자'
'좀 쉬었다 뛰자'
등등의 소리가  몽롱한 나의 귓전을 두드린다.
모두들 나처럼 힘들고 지친 모양이다.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좀 더 빨리 뛰어 보려고 해보는데 긴오르막이 포기하게 가로막는다.
결국 돌아오는 반 바퀴를 남기고 전력 질주를 시작한다.
끊어질것 같은 근육을 꾸역꾸역 움직이며 오르막을 오르고 내리막을 온힘을 다해 손살같이 달려 내려간다.
앞서 가던 사람들이 휙휙 뒤로 지나간다.
어디서 힘이 솟는지 알 수 없다.
작년에도 마지막 바퀴를 돌때 이러했다.
결승점에서의 떠들석한 음악과 사회자의 소리가 언덕 넘어에서 들려온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 박수치고 안스러운 표정으로 축하를 해준다.
이제 100미터만 더 가면 된다.
바닥에 깔려있는 붉은 센스매트가 보인다.
그 위를 지나가기만 하면 끝이다.
"544번 이승복씨 골인"이라고 사회자가 큰소리로 외친다.
힘들다.
기쁘다.
이제 쉬어도 된다.
작년보다 10분 정도 빨리 들어왔다.
완주가 목표였는데...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아침에 나를 위해 기도해주셨을 새로남 마라톤클럽 사랑하는 집사님들께 감사드린다.
멀리 울산에서 성원해준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들에게 감사한다.
이렇게 끝났다.

42.195를 뛰는 동안 펼쳐지는 나와의 끊임없는 대화의 시간이 나를 뛰게 하고 또 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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